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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Jan 15. 2023

시간을 더디가게 하는 계산법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1월의 반, 1년 365일 중 15일이 지났으니, 365분의 15 하면 24.3333~분의 1, 대략 24분의 1이 지나간 것이다. 새해 첫날에는 분명 365분의 1이었는데, 그다음 날은 365분의 2, 즉 182.5로 분모가 갑자기 반으로 뚝 줄더니, 어느덧 분모가 24로,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 거다. 365분의 1이라고 할 때는 ‘뭐 그까이 거’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24분의 1이라고 하니, ‘어, 이거 장난 아닌데’ 싶은 느낌이다.     


언젠가 절친과 대화를 나누던 중, 온전한 정신과 몸으로 봄날을 즐길 수 있는 해가 몇 년이나 될까란 얘기가 나왔었다. 갑자기 망치로 머리통을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었다.


가급적이면 시간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자꾸 시간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고, 나 역시 나이와의 싸움이 가장 힘든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면,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일장춘몽이라더니 마치 꿈처럼 시간이 훅 지나갔다. 우리 두 딸들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그 꼬맹이들이 어느덧 성인이 돼, 함께 술잔을 부딪칠 정도가 됐다. 아마 아이들이 자라날 당시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버겁고 힘겨웠겠지만, 그 시간이 어느덧 흘러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      


어느 해부턴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계절이 가을이 돼버렸다. 물론 계절적으로만 놓고 보면 완벽에 가깝긴 하지만 가을이 지나고 나면, 그 아름답던 단풍들도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 다 드러낸 채, 혹독한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는 그 순리 때문이리라.     


자꾸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흰머리를 염색하면서, 아, 내 머리에도 이제 단풍이 들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가을이라는 그 풍요의 계절이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마치 단풍잎 떨어지듯 점점 줄어드는 머리숱에 머리가 무거울 정도로 빽빽했 그 시절이 언제였던가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아직은 새해고, 음력으로 따지면 설날도 지나지 않았는데, 웬 가을 타령에 머리숱 타령인지 모르겠다. 365분의 1이 지나든, 24분의 1이 지나든, 아직까지 정묘년 새해는 창창하게 남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계산법을 좀 달리하면 시간을 좀 더디가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분모를 고정시켜 버리고, 오늘 또 다른 365분의 1을 보냈다 생각하는 것이다. 365분의 1이 하나둘 모이고 모여 365분의 365가 되는 것이고, 매일매일 365분의 1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뭐 굳이 시간 눈치 봐가면서 조바심을 낼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래, 오늘 난 그냥 또 다른 365분의 1을 이렇게 브런치와 함께 보내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또 다른 365분의 1이 시작될 것이고.


불교식으로 보면 이렇게 시간 계산을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분모도 생각하지 말고, 분자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오늘을 살아가는 거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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