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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Jan 28. 2023

주말에 떠나는 시간 여행

평소에 내 휴대폰 알람은 새벽 5시와 6시 30분에 맞춰져 있다. 5시가 이상적인 알람이라면 6시 30분은 현실적인 알람이다. 한 때 새벽 4시 30분이면 눈을 번쩍 떴던 적도 있었는데, 눈꺼풀에 자석이라도 붙여놨는지, 어느 틈엔가 쩍 달라붙어 버렸다.     


잠귀는 밝은 편이라, 5시면 알람 소리가 귀에 쏙쏙 박힌다. 마치 뭔 일이 있었냐는 듯 알람을 끄고는 다시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예전 군에 있을 때 오밤중에 보초를 서고 나서는 다시 눈을 붙일 수 있다는 행복감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 불면증 문에 새벽 2~3시까지 잠을 못 이룬다는 사람도 있는데, 전광석화처럼 잠에 빠져드는 걸 보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일찍 깨려고 일찍 잠에 들었으면 일찍 일어나야 할 텐데 일찍 일어나지 못하니, 미인도 아니면서 잠꾸러기면 도대체 난 뭐 하는 거냐 싶기도 하다.     


물론 주중에 5시에 기상을 해본 적도 있긴 한데,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는 성취감은 있지만, 뭔가 하루 종일 몽롱해도 된다는 위임장이라도 받은 것 마냥, 새벽 기상이 영 부담스럽긴 하다. 물론 전적으로 새벽 기상이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일 게 분명하겠다.     


그러다가 어제 문득 떠오른 생각. 평일에 새벽 기상이 어렵다면 주말은 괜찮지 않을까? 중간에 졸리면 맘껏 햇살멍의 시간을 가지면서 낮잠을 즐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주말 새벽 이틀, 그러니까 토요일, 일요일 새벽에 시간 여행을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주말의 백미가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흐드러지게 잠을 청하는 거라고 하면, 그 주말의 보상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중대한 결심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오늘 새벽, 5시에는 차마 깨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5시 30분에는 어찌어찌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리고 집사람이 눈을 뜬 아침 9시 30분 정도까지, 한 4시간 동안, 우려낸 녹차를 홀짝홀짝 들이키면서 책도 읽고, 미드도 보고, 또 세계테마기행도 보면서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즐겼다. 아이들이 깬 시간이 11시 30분 정도니, 와우, 난 우리 아이들보다 6시간이나 빨리 시간 여행을 떠난 것이다.     


창밖으로 비치는 몇 안 되는 불빛과, 도로 위 띄엄띄엄 지나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그것도 주말에, 참 일찍 시작했다는 뿌듯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동트기 전 점차 환한 빛을 더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괜스레 감상도 더해본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나, 일찍 자로 일찍 일어나나 조삼모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평일이라면 시간 여행이네 뭐네 그런 감상을 느낄 처지가  되겠지만, 주말이라면 충분히 여유롭게 새벽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새벽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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