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부시기
이번 주의 추천 책은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책 중 가장 분량이 많은 책이자,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아마 가장 분량이 많았던 책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하루에 2~300 페이지 씩 4일 정도 걸렸습니다. 참고로 총 분량은 900페이지입니다. 두껍기로 유명한 총, 균, 쇠, 사피엔스, 코스모스 등이 대략 6~700페이지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마무시한 분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총 독서 시간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12~15시간, 혹은 그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인문/심리 분야이지만 마치 소설같이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심리와 유전자에 새겨진 본성을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그러한 본성을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900페이지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분량이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마카세가 준비되었습니다. 이 900페이지의 벽돌책을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게 읽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지 600페이지 정도 되었을 때 깨달았습니다. 이건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다 기억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습니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필기도 하고 노력했지만 "이 전에 무슨 내용이 있더라?" 하고 생각해 보니, 그 기억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며칠에 나누어서 읽다 보니 더욱 기억에 남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이 책은 한 번 읽어서 될 책이 아니구나...". 이 책은 겉모습과 달리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내용 자체가 어렵고 난해해서 여러 번 읽어야 했던 고전과는 달리, 내용 자체는 이해하기 쉬웠지만 그냥 분량이 너무 방대해서 제 뇌의 저장 공간 이슈로 여러 번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뒤로는 부담을 조금 덜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1시간에 50페이지 정도의 속도로 읽고 있었지만, 이렇게 곱씹는다고 해서 내가 잘 기억할 수 없구나... 를 깨닫고 일단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했습니다. 전체적인 플롯과 레슨에 집중하고 중요한 문장과 주제만 사진을 찍거나 필기하는 식으로 진도를 나갔습니다.
이 책은 한 챕터에 인간 본성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한 챕터는 관련 사례, 사례에 대한 해석,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설명으로 나뉘어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관련 사례는 스킵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적혀있기 때문에 비교적 기억에 잘 남아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재독 할 때에는 해석과 인간 본성에 대한 설명을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 게다가 소설도 아니고 인문책을 읽을 때는 노래와 환경이 정말 중요합니다. 몸이 불편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편해도 안됩니다. 그래서 집에서 이 책을 읽으시는 것은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독서 분위기가 잡혀 있는 도서관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막 추천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곳은 역시 카페였던 것 같습니다. 에어컨도 시원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카페인으로 뇌가 핑핑 잘 돌아가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주 가는 집 앞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읽었습니다.
노래는 본인이 공부할 때 듣는 노래를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공부할 때 노래를 듣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래야 집중이 잘 되는 스타일이시라면 노래 없이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페라는 곳은 조용하기만 한 공간이 아닙니다.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들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것은 유튜브에 '공부 플레이리스트' 혹은 '독서 플레이리스트'를 검색 후 자신에게 잘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사가 없는 노래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제가 만든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조금 질린 기분이 들어서 유튜브에 '공부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다가 '독단적인 잠에서 깨어난 칸트처럼 공부하는 플레이리스트'라는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서 들어보았는데 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클래식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릴만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아래에 링크를 첨부해 드리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7IUtUsfARA&t=12335s
이 책에서는 인간 본성과 심리의 여러 유형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천부적인 리더인 사람, 그 리더에게 아부하는 사람, 광대가 되어 웃음을 주는 사람,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 강인한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 습관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 허풍쟁이 등등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설명과 해석을 읽으시면서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보고 그 사람들의 심리를 한 번 이해해 보는 것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또한 제 심리와 행동 이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행동, 자신조차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자신의 특성이 어떤 심리 혹은 인간 본성에 기초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면서 자신의 주변 사람을 떠올리고, 또 본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행위를 통해 주변 사람과 자신에게 비난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이해하려는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90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저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오마카세 시리즈에 추천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은 각자 다르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도 다를 겁니다. 하지만 18가지의 챕터(법칙) 중에 마음에 드는 챕터가 한 가지는 있으리라 믿습니다. 반대로, 17가지의 챕터는 마음에 들어도 한 가지의 챕터에서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이 두꺼운 벽돌책을 도저히 완독 할 자신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일단 자신의 흥미가 생기는 챕터 먼저 읽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 챕터는 빠르게 훑어 넘기면서 스킵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희가 무슨 연구원도 아니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아니니깐요. 재미있는 부분, 흥미로운 부분,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 평소 관심이 있던 부분 위주로 읽어버립시다.
첫 정주행에 모든 것을 담아두려고 부담을 가지지 마세요. 간단한 사진 혹은 필기를 남기고 일단 넘어갑시다.
너무 편한 곳도 안됩니다. 하지만 쾌적한 환경을 찾아야 합니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즐기면 안성맞춤입니다.
평소 공부할 때 듣는 노래, 집중이 잘되는 노래를 찾아 들으시면 됩니다. 추천 플레이리스트 링크도 남겨놓았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심리 유형을 내 주변 사람, 혹은 자신에게 적용시켜 봅시다. 그리고 이해해 봅시다.
두께에 압도되어 막막하시다면 일단 흥미가 생기는 챕터부터, 반대로 자신과 별로 안 맞는 챕터는 재빠르게 넘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