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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Jan 12. 2021

#4. 기다려, 다시 도전이다.

나의 난임 storY #4 

@ Photo by Bundo Kim on Unsplash


그날 한바탕 울고 나니 다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꼬박꼬박 배 주사를 맞았고 최대한 술 약속은 피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두 번째 초음파 확인 날, 여전히 한 개가 천천히 자라고 있었고 애매하게 한 개가 더 보이는 것 같다고 하셨다. 과배란 유도 주사에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난포 자라는 속도를 확인하며 3가지 정도 주사를 번갈아 처방받았다. 

 

시험관 시술에 있어 난포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난포가 터져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데 공난포일 경우(난자가 없을 경우) 수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만약 10개의 난포가 보이지만 정착 채취했을 때 난자가 있을 확률이 일반적으로 70%라면 7개의 난자만 채취한 정자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난포가 한 개이기 때문에 공난포가 아닐 확률이, 즉 난자가 있을 확률 50대 50. 다행히 난자가 있으면 수정이 가능하지만, 만약 한 개 보이는 난포가 공난포일 경우에는... 수정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원장님은 조심스럽게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최악의 경우는 힘들게 과배란 주사를 맞고 성숙시킨 난포가 공난포여서 난자를 채취할 수 없을 경우 아예 수정 조차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도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개수가 많아야 하는구나.


채취 일정을 잡는 날, 결국 채취 가능한 난포(난자)는 한 개로 결정. 그러면서 담당 원장님이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 만약 한 개의 난자를 채취하여 배양할 경우, 바로 이식하는 게 아니라 배아를 동결한 후 다음 시험관 회차에 난자를 더 채취하여 배양한 배아를 같이 모아서 이식하는 것이 어떨지 물어보셨다. 일반적으로 시험관 이식할 때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2~3개의 배아를 이식하는데 나는 난자가 한 개만 채취될 경우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제안을 하셨던 것이다. 사실 빨리 이식을 하고 싶었지만 더 높은 임신 확률을 위해 남편과 상의 후 이식은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했다.


드디어 채취 당일 오전, 남편과 함께 난임 병원을 찾았다. 난자 채취는 수면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날 금식을 해야 하며 보호자도 무조건 동행해야 한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병원복으로 환복 후 병원 침대에 누워 대기하였다. 내 차례가 되고 수술실 같은 곳으로 옮겨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으면 담당 원장님이 들어오셨다. 원장 선생님의 밝은 인사와 함께 긍정적인 말씀을 듣고 난 바로.... 기억을 잃었다. 역시 수면마취의 위력이란. 눈 떠보니 회복실이었다. 채취는 10~15분 정도 소요되며 회복실에서 잠시 안정을 취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밖의 대기의자에는 와이프들을 기다리는 남편들이 앉아있는데, 난 남편을 보자마자 건넨 한마디


" 오빠 채취했어??"


남편이 정자를 채취했다는 의미는 내 난포에 난자가 있다는 의미로 정상적으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남편의 대답은 "응, 채취했어" 진짜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가장 걱정했던 게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얼마나 마음을 졸인 날이었는지. 이날 우리는 맛있는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고생한 나와 남편을 위한 영양식. 토닥토닥.


이번 채취한 난자는 수정 후 배아를 동결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시험관 회차에서는 이식을 하지 않고 두 번째 시험관 준비를 위해 몸을 회복해야 했다.

  

사실 시험관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진행을 하다 보니 나의 예상보다는 많이 힘들지 않았다. (단, 이 생각은.... 이후 시험관 시술 이식까지 하고 달라지긴 했지만 ㅎ) 과배란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고 멘탈이 흔들리는 상황도 있었지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자"라는 주의라서 그런지 막연하게 무서워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지도..

그리고 시험관 시술은 몸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이번 시험관 시술을 통해 남편의 존재가 나에게 많은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난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이라 '이래서 임신이 안되면 어떡하지, 저래서 안되면 어떡하지' 정말 주사 맞는 내내 걱정을 한 바가지 쏟아내는 내게 오히려 남편은


 "그럼 우리 둘이 살면 되지"


 라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얘기해준 이 말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너무 스트레스받지도 너무 걱정할 필요도....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Photo by Lea Böhm on Unsplash

이번 회차에 과배란 주사 용량을 최대한으로 처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 개의 난자만 채취되었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다행히도 그 소중한 한 개의 난포에 난자가 있었고, 수정을 통해 최상급 배아를 동결시킬 수 있었다는 것에 안도하였다. 그리고 오히려 한번 시험관 채취 단계까지 진행하고 나니 더욱 열심히 몸 관리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샘솟았다.


기다려, 다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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