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내가 너희를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선생님’ 이란 단어는 내게 마약 같은 존재였다.
내려놓고 싶은데,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토록 부족한 내가.
인격적으로, 전문성으로도 부족한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우연히 학생들에게 면접이란 것을 가르치게 됐고,
그것이 정말 또 우연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나를 따르게 됐을 즈음
나는 모든 수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점차 나를 향한 기대들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없었다.
그저 자격 있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수업 시간표를 짜고, 자료를 만들고 정리하고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그 정도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학생들을 밀어내는 나를.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해 늘 망설이는 나를 믿고
벽을 허물며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 사람은 누구에게나 서로 배울 점이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줄 순 있다.
그렇게 선생님이란 이름을 정당화했다.
그렇다면, 나의 ‘수업’을 대가로 돈을 받아도 되는 걸까.
나의 수업이 누군가의 시간과 돈을 들여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매일 밤이면, 아침이면 때론 수업 들어가기 전 수업자료를 정리하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숨이 막히곤 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는 내게
“그런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선생의 자격이 있어”라는
위로와 칭찬 덕분에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꿈이 나의 꿈이 되었다.
삶의 목표 없이, 삶의 꿈 없이 소소한 행복만 좇으며 살 수도 있었던 내 삶에
한 명 한 명의 간절한 꿈이
내 꿈이 되는 시간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제는 학원에서 나와 '선생님'으로서의 삶을 내려놓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승무원을 꿈꾸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해졌다.
돈이라는 경제 논리 앞에
머리를 쥐어뜯었던 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나의 양심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고 그들의 꿈을 응원해야지.
문득문득 하늘에 뜬 비행기를 보며
행복해진다.
내게 꿈을 알려준 모든 사람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