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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ent Oct 31. 2021

나를 사랑하기 위한 네 번째 선택

진짜 여행 떠나보기 (가벼워지기)

어디든 떠나고 싶은 가을이 보인다


시작부터 여행이었다. 온 가족이 현직 방송국 피디가 운영하는 오피스 카페에 가보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취소하고 다음으로 미룰까 잠시 고민했지만 예약해야만 방문이 가능한 터라 혼자 하는 여행도 멋질 거라고 되뇌고 또 되뇌인다. 성공! 드디어 뼛속까지 나 홀로 떠나는 진짜  여행을 해 본다.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 온통 내가 해야 하는 역할들로 가득했었다. 엄마, 딸, 아내, 며느리 그리고 직원. 생각해보면 정말 미생을 살면서도 어찌 그렇게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하는 하루를 보내려고 동동거리며 살았는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가 없는 시간들 속에 나를 너무 오래 방치해뒀다.

 혼자 어딘가 가보겠다는 작은 선택 하나로 나는 미생에서 벗어나 버렸다. 내가 사는 세상에 나도 있게 하리라.

호호호! 너무 거창해 보인다.

요즘 흠뻑 빠져 있는 클래식 방송에 주파수를 맞추고 혹시 모를 빈 시간을 메꿀 책 한 권도 챙겼다. 당당히 김제 오느른이라고 내비게이션에 치자 오늘따라 예쁜 목소리로 길 안내가 시작된다. 내 시간을 찾는다는 건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는데......

소녀처럼 들떠 있는 나를 느끼며 또한 소중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망해사대신 애뜨락에서 본 옥정호

망해사에 들렀다 바다 한 번 둘러보고 가야지 했는데 터덕대는 길 찾기에 바로 포기한다. 너무 배가 고파 이번 생앤 처음으로 혼자 눈에 띄는중국집에 들어가 짬뽕도 먹어본다. 모든 것들이 생각보다 재미지다. 50분이면 도착할 길을 어설픈 길 찾기에 한 시간도 넘어 도착하고, 간판 없는 오피스 카페 탓에 10분 넘게 찾아 헤맸지만 어느 하나 여행 중 겪는 일로 손색이 없다. 갑자기 절대 긍정 세포들로 나의 세포들이 바뀌었을까?

폐가를 사 만들었다는 김제 오피스카폐 '오느른'

그리고 마주한 허름한 문 안에 들어있는 세계 속으로 발을 들여놔본다. 세상 어느 카페보다 훌륭한 카페! 빈티지한 스피커와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아늑한 소품과 어우러진 멋스러운 공간. 이름은 잊었지만 어느 유명한 작가분이 김제의 풍경을 계절마다 직접 그리셨다는  의미 있는 작품들! 그리고 쉼을 주는 배려 넘치는 자리와 무엇보다도 무료로 제공해 주시는 핸드드립 커피와 와플의 맛은 지금이라도 다시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달콤했다. 정말 횡재한 기분에 여 있는 원고지 메모지에 한껏 감사 표시를 했다.

장소를 돋보이게 하는 배려 넘치는 작품들

여기까지도 가슴 터질듯한데 그날 나는 정말 심 본 게 틀림없다. 우연히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읽으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늘 심각하게만 살고 있었던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너무 무겁게 바라보지 않아도 충분히 세상을 예쁘고 즐겁게 살 수도 있구나 껴지는 순간이었다. 평안한 마음이 있었다.윤동주는 나이를 멀리서 살펴보고 또 봤지만 나는 그냥 토닥토닥만 해 주고 싶다. 그래서 그냥 좀 가볍게 살아보자고 속삭여 본다. 너무 사건 하나하나에 메이지 말고 의미 부여하지 말고 흐르는 대로 삶의 한가운데 서 있어 보리라. 옳고 그름도 없는 잘 함과 못함도 없는 하나님의 빛 가운데에 미소 지으며 그 사랑을 느끼기만 해 보리라.

벌써 그리워진다. 그 공간이 나 혼자만의 여행이♥

처음 보는 분께 부탁해 혼자 찍어 본 처녀 독사진^^

그리고  앞으론 너무 진지한 시간보다는 가끔씩 가벼운 생각 덤덤한 순간을  내게 선물하는  선택을 해 보리란 생각을 마음에 둔다.그러려면 혼자만의 여행을 자주 해야하려나?

벌써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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