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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무개 Aug 10. 2022

#5. 진짜 해방

백수일기





3월 1일, 나는 드디어 진짜 '백수'가 됐다. 고3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만 했던 내 인생, 생애 첫 휴가다. 습관적으로 맞췄던 알람을 듣고 출근 준비를 할 뻔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아……. 이제 안 가도 되는구나.'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간 부족했던 수면시간을 채웠다. 지금 생각하면 하루에 6시간도 많이 잔 건데 이 당시엔 6 ~ 7시간을 자도 매일매일 피곤했다.




오늘부터가 관건이다. 고등학생부터 쉬지 않고 일만 했던 내가 내 의지로 내게 휴식을 줬다. 때문에 이 휴식을 정말 각별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다만 과유불급이란 말을 생각하며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다시 열두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일어나 거실에 요가 매트를 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이나 샤워를 하지 않으면 아침잠에서 깨지 못한다. 몸을 환기시키지 않으면 몽롱한 정신이 그대로 따라온다. 천천히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며 앞으로에 대한 계획을 세우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무언갈하고 싶다는 갈망이 없었다. 최근에 중독될 정도로 했던 던파도 슬슬 단맛이 빠져 접었고, 집에 오면 딱히 뭘 하지 않고 멍 때리다 잠자기 일쑤였다. 이렇게 며칠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이 또한 휴식이니까. 다만 역시나 나란 인간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 이틀 멍 때리면서 보내니 몸이 반응한다, '뭐라도 좀 하라고.'. 때문에 노트 한 권을 펼쳤다. 재작년에 만든 1년 노트를 참고삼아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천천히 적었다.




예전엔 버킷리스트라고 막힘없이 하고 싶은 것을 술술 적었는데……. 나이가 조금 들어서 그런지 딱히 하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게 있지만 대부분 돈이 든다. 하지만 난 백수도 모아둔 돈도 거의 없다. 하루 벌고 하루 살았기에…. 선뜻 적히지 않았지만 천천히 고민하면서 한 자씩 써 내려간다. 비록 백 개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적었다. 이제 천천히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올 한 해, 혹은 인생이 끝나기 전까지 이루고 싶은 나의 버킷리스트들. 

얼마나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지우길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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