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아 Apr 09. 2024

반복되면 자라나는 것들


‘와 뭐야, 진짜 벌써 4월이야?’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갑자기 들었던 생각이 저거였다. 4월이 된 지 6일이나 지났는데, 분명 만우절에 장난카톡도 받았는데 왜 또 까먹은 걸까?

웃기게도 하루에 몇 번은 달력을 보고 산다. 프리랜서라 업무 일정을 혼자 조율하기 때문인데 갑자기 4월인게 놀랍다니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뭉텅이처럼 삭제된 날들의 존재는 우리 집 식물들 덕에 알아차렸다. 얼마 전 들인 식물들이 있는데 그중 2개의 화분에서 새 잎이 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게 벌써 싹이난 다고?’라는 생각으로 날짜를 확인했을 땐 루틴처럼 물을 준지 3주나 지나있었다. 새 잎이 날만 한 기간이었다.


별 일이 아니고서는 당연한 일상처럼 2가지 루틴은 꼭 지켰다.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와 함께 식물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체력을 위해 저녁먹고 체육관에 가는 것. 생각해보니 그 사이 새 잎이 자라난 것 뿐만 아니라 체력도 꽤 좋아져있었다.


체력을 위해 복싱을 시작한지 두 달째, 팔굽혀펴기 하나 못했는데 열 개는 거뜬하고 플랭크 30초가 어려웠는데 1분은 쉽게 버틴다. 잘하든 못하든 매일했더니 야금야금 체력이 오른것이다.

의식없이 행동했던 반복적 루틴이 내 새싹과 체력을 키웠다는것을 확실히 깨달은 순간, 머릿속으로 외쳤던 ‘와 뭐야, 진짜 벌써 4월이야?’는 멍청한 소리가 아니라 깨달음의 소리였다.


엄청나게 재밌었던 시간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힘들었던 것도 아니고 가끔 귀찮았으며 종종 즐거웠던 것 같다. 이 일상이 꽤 반복되었을때 가까운 지인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 이번에 확실히 알았잖아. 내가 루틴형 인간이라는 걸!”


그 당시에도 식물이나 체력을 빨리 키우겠다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그냥 같은 하루가 매일 지켜졌을때 오는 안정감이 좋았을 뿐이고 안정감을 갖게된 결과가 무언가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꾸준함은 재능이랬던가. 열심히 열정적으로해야 재능인 줄 알았는데 부담없이 천천히해도 꾸준히만 한다면 재능이 될 수 있겠다싶다. 속도에 상관없이 자주, 안된다면 가끔이라도. 천천히 반복하다보면 분명 어떤 것들은 자라있을 것이고 나도모르게 멍청한 감탄사를 내뱉을 것이다.


“와, 벌써 이렇게 됐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