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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목 Jul 23. 2022

열 명이 누우면 가득 찰 것 같은

차디찬 바닥에 홀로 몸을 뉘인 채

‘왜 이리 비좁은 곳에 몸을 뉘였나’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찬다


삼십여 명이 누우면 가득 찰 것 같은 바닥을 꿈꾸며


그의 삼분의 일이나 될까 말까 한 방에 누운 나는

형광등 하나에 온 집을 밝힐 수 있는 방에 누운 나는


수도세를, 전기세를, 가스비를 아낄 수 있음에 웃음을 내비치고

수도세를, 전기세를, 가스비를 마음껏 낼 수 없음에 비웃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비좁은 이 땅 덩어리에서

아홉 명이 더 몸을 뉘일 수 있는 이 차가운 바닥을

홀로 만끽하는 사치를 부리는 것이 부끄럽다


스물 아홉명의 자리를 빼앗은 이기적인 이들이여, 나는

아홉 명의 자리만을 빼앗아 다행이다

스무명의 자리는 차디찬 바닥의 바깥편에 남겨두었으니

그러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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