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이 누우면 가득 찰 것 같은
차디찬 바닥에 홀로 몸을 뉘인 채
‘왜 이리 비좁은 곳에 몸을 뉘였나’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찬다
삼십여 명이 누우면 가득 찰 것 같은 바닥을 꿈꾸며
그의 삼분의 일이나 될까 말까 한 방에 누운 나는
형광등 하나에 온 집을 밝힐 수 있는 방에 누운 나는
수도세를, 전기세를, 가스비를 아낄 수 있음에 웃음을 내비치고
수도세를, 전기세를, 가스비를 마음껏 낼 수 없음에 비웃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비좁은 이 땅 덩어리에서
아홉 명이 더 몸을 뉘일 수 있는 이 차가운 바닥을
홀로 만끽하는 사치를 부리는 것이 부끄럽다
스물 아홉명의 자리를 빼앗은 이기적인 이들이여, 나는
아홉 명의 자리만을 빼앗아 다행이다
스무명의 자리는 차디찬 바닥의 바깥편에 남겨두었으니
그러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