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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예언자 The false prophet
저는 키가 170cm가 안되고 배가 볼록 나온 1980년생 남자입니다. 잘 생겼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엄마한테도 말이죠. 엄마는 제 인상이 더럽다며 치아교정을 시켜줄 테니 하라고 했었습니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사느라 돈을 낭비해서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체력도 떨어지고 왼쪽 무릎을 수술해서 뜀박질하는 운동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몸으로는 매력을 어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유행하는 스타일과 브랜드 옷들을 좋아했습니다. 뭔가 있어 보였거든요. 옷보다 몸이 더 중요하고 몸보다 정신이 더 중요한 것을 몰랐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맛있게 밥 먹고 공부해야 할 때에 옷에 정신이 팔려 쇼핑하러 다녔습니다. 이태원, 동대문, 잠실, 청량리를 돌아다니며 옷들을 구경했습니다. 인터넷 쇼핑이 생기면서 하루 종일 인터넷 쇼핑을 했습니다. 이 신발을 살까? 저 청바지를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말이죠.
머리가 크다고 생각한 저는 허리띠를 머리에 묶고 잠을 잤습니다. 몸에 비해 머리가 크다고 생각하면 잘 먹고 잘 자서 키를 키울 생각을 해야 했지만 저에게는 그런 지혜가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엄마가 싸준 점심도시락을 먹지 않고 많이 버렸습니다. 밥 먹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날 정도로 밥을 제대로 먹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밥 먹을 때도 좋아하는 반찬만 편식했습니다. 싸움 잘하는 친구와 운동한답시고 한참 키 클 나이에 녀석을 목마태우고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남들은 성장판 안 닫히려고 주사까지 맞는 데 저는 성장판을 닫게 하려고 발악하는 어리석고 멍청한 녀석이었습니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게임, 운동, 담배, 술에도 별 흥미를 못 느꼈습니다. 그 흔한 스타크래프트를 한 번 도 안 해봤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건 여자였습니다. 늘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고백하면 대부분 차였지만 그래도 연애를 몇 번 해봤습니다. 연애는 계속해서 실패했고 벌써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신감이라도 있었는데 점점 자신감도 없어집니다.
제 나이 또래 대부분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예쁜 아가씨들은 20대, 30대 초반 같아 보입니다. 그녀들은 저를 길거리 돌멩이 보듯 합니다. 그렇다고 맘에 안 드는 여자를 만날 수 도 없으니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기분입니다. 그나마 공무원이란 직장 타이틀이 있지만 공무원을 언제 때려치울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기가 되어주지도 못합니다. 이러다 금방 50살이 되면 진짜 결혼도 못하고 평생을 혼자 살아야 할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들고 겁이 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진짜 멍청한 연애를 했던 저의 과거가 한탄스러울 뿐입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A가 있습니다. A에 대해서 알아보죠.
A는 왜소하고 소심한 청년입니다. 돈이 많지도 않지만 유행하는 스타일과 브랜드 옷들을 사 입었습니다. 명품 가방을 들고 값비싼 신발을 신으니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멋진 옷을 입었지만 여자친구는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10명의 여자에게 퇴짜를 맞았습니다. 한결같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습니다.
A를 거절했던 여학생들이 대부분 키 크고 잘생긴 남자들을 만난 것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기로 말이죠. '어차피 난 안돼! 나도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 여자들은 나 같은 남자를 안 좋아해! 날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는 죽을 때까지 여자친구를 절대 못 사귈 거야!' A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여자들을 증오하고 심지어 자신의 미래도 저주합니다.
A는 과거에 좋아한 이성 몇 명에게 거절당했다고 미래에도 당연히 거부당할 거라고 예안하고 있습니다. A가 그렇게 믿고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일까요?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근거로 다가올 미래도 부정적으로 단정 짓는 것은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조리 파괴하는 행동입니다. 미래는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건데 말이죠. A와 같이 사업실패, 취업실패, 입시실패와 같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과 사건을 토대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오류를 엉터리 예언자 오류라고 합니다.
엉터리 예언자 인지적 오류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하고 빈약한 정보들을 근거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부정적으로 단정하고 확신하는 오류입니다. 과거의 몇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미래의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언자인 것처럼, 앞으로 일어날 결과를 추론하고 이를 굳게 믿습니다. 단순한 예감이나 예측이 아닌 자기만의 논리적인 근거가 있지만 근거를 이루는 정보가 매우 빈약하고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협하고 주관적인 예측입니다. 미래에 대하여 보다 현실적인 고려 없이 부정적이고 파국적인 결과를 예언합니다.
과거는 절대 바꿀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죠. 하지만 과거에 대해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관점을 바꾸면 부정적인 과거에서도 경험과 배움이라는 보물을 캐낼 수 있습니다. 과거를 긍정적인 미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가 미래를 재단하는 틀이 돼서는 안 됩니다. 눈부시게 찬란한 가능성으로 빛나는 미래가 어두운 과거의 지배 아래 있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 초년생 여성이 친구와 재미 삼아 타로점을 보러 갔는데 점쟁이가 손금을 보더니 액운이 많아서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결혼도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주에 가까운 예언을 들은 거죠. 점쟁이는 자기가 잘 아는 용한 무당에게 굿을 받으면 액운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굿 비용을 물으니 5천만 원이라는 대답에 여성은 깜짝 놀라 서둘러서 점집을 나왔습니다.
재미 삼아 갔던 점집에서 근심 보따리를 한가득 메고 온 여성의 귓가에는 점쟁이의 저주가 계속해서 맴돌았습니다. 굿을 받고 싶었지만 사회초년생에게 5천만 원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라 대출을 받을 수 도 없었습니다. 여성은 그날 이후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지 몰라 밤낮으로 걱정하느라 신경쇠약에 걸렸고 심각한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졌습니다. 결혼도 못할 거라는 생각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몸과 마음을 관리하지 않고 내팽개쳤습니다. 자기 인생은 완전히 망쳤다는 절망으로 살아갔습니다.
어느 날 여성이 문득 교회 생각이 났습니다. 점집과 가장 반대되는 장소가 교회니까 교회 목사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 갔습니다. 담임 목사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말하자 목양실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인자하고 단정한 목사님을 만나서 자기에게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말했습니다.
여성의 말을 경청한 목사님은 여성에게 말했습니다.
"어디 손바닥 한 번 펴 보실래요?"
"손바닥이요....?"
"네, 손금이 어떻게 생겼나 보게요."
"아.... 네...."
여성이 작고 하얀 손바닥을 펴서 목사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손금에 그렇게 적혀있다고 말했다는 거죠?"
"네...."
"그럼 이번에는 주먹을 힘껏 줘보실래요?"
"네..? 아.. 네.."
여성은 오랜만에 힘껏 주먹을 쥐었습니다.
"자매님 생각은 어떤 가요? 자매님 인생이 손금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자매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손금은 하나님께서 손바닥을 피고 주먹을 쥐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감사한 신체적 구조입니다. 손금이 있으면 발금은 왜 없나요? 손금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입니다. 자매님의 미래를 자매님 손으로 힘써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자매님 미래는 자매님 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자매님 손은 자매님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손에 달려있습니다."
온화하게 미소로 힘 있게 말씀하시는 목사님의 말을 듣자 그동안 자신을 옭아맸던 엉터리 저주의 사슬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마음의 짐이 떠나가자 평안이 가슴 가득 채워졌다. 여성은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여성은 점쟁이의 엉터리 예언과 굿판으로 돈을 벌려는 상술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다시 예전으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멋지게 만들어가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든 이야기입니다. 미래는 엉터리 예언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단편적인 경험이나 객관적이지 않은 부정확하고 빈약한 정보들을 근거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부정적으로 예언해서는 안됩니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손은 하나님 손에 달려있습니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단정하고 예언하는 엉터리 예언자 오류야말로 하루빨리 벗어버려야 하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마지막으로 빅터 프랭클은 그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은 언제나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초월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