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이야! 100% 아니면 무조건 OUT이야!
부정적 확대해석 Negative magnification interpretation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일, 대화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맥락, 상황, 객관적인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생각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정적 확대해석은 부정적 세부 사항을 주관적인 시각으로 확대해석하여 전체를 부정적으로 단정합니다. 부정적인 세부사항을 제외한 다른 긍정적인 부분들은 모두 무시됩니다. 부정적 확대해석은 전체를 구성하는 특정 부분에만 과도한 관심을 갖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일부만을 뽑아내어 상황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입니다.
부정적 확대해석 상황 1
서울의 어느 회사에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A는 며칠 동안 밤새우고 고생해서 완성한 최종 디자인 시안을 보고 만족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디자인에 대한 품평 회의로 관련 부서의 책임자들과 임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다행히도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임직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싹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획팀장이 손을 들더니 완성된 디자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지적사항에 공감을 표시하자 A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당황했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지적 사항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했지만 모든 것을 망쳤다는 부정적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품평 회의를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A는 마음속으로 기획팀장을 저주하며 자신을 비난했습니다. '저 자식 때문에 품평회가 완전히 망쳤군! 내 디자인은 쓰레기야! 완전히 실패했다고!'
디자인 품평회는 회사 구성원들이 모여 디자인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개인 작품을 발표하고 감상하는 전시회가 아닙니다. 싫어하는 상대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담긴 소모전도 아닙니다. 더 좋은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상호 보완적이고 협력적인 자리입니다. 회사의 공적인 프로젝트를 개인적인 일로 도치해선 안 됩니다. 회사 업무 같은 공적 프로젝트에 개인의 심리적 요소(자존심, 시기, 질투, 욕심, 이기주의, 인정욕구)가 투영되면 담당자의 사적인 일로 둔갑합니다.
99명에게 찬사를 받은 디자인이라도 나머지 1명에게 비판의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공적인 프로젝트라면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어떠한 비판 의견이 있더라도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적인 영역으로 변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부정적인 의견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듯한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공적, 사적 영역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종합해서 합리적인 해석 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전혀 없을 거라는 생각은 단순한 생각이자 교만한 생각입니다.
부정적 확대해석 상황 2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시설관리직 공무원 B 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욕합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B 씨는 학교시설을 관리하는 여러 협력 업체와 계속해서 마찰을 빚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전기점검, 소방점검, 가스점검을 하기 위해 학교에 방문하는 업체 직원들이 점검목록표대로 완벽하게 점검을 하지 않고 일부 목록을 누락하기 때문입니다. 일일이 제대로 하라고 말도 못 하는 B 씨는 업체 점검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날마다 쌓여갔습니다. 어떤 날은 1년에 한 번 하는 중요한 시설 점검에서 동료들이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자 심한 욕을 하며 감정적으로 폭발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부수적인 일도 완벽하게 법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상황도 견디기 힘들어하며 모든 업무에서 특정 부분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전체 처리과정을 비난하고 부정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부분은 용납하지 않고 전체를 부정적으로 확대해석하는 B 씨는 동료, 업체직원, 상급자에게 골치 아픈 직원이 돼버렸습니다. 계속되는 마찰로 인해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업무와 상관없는 일조차 부정적인 요소가 있으면 다른 긍정적인 요소들을 모두 비난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정치적 성향 같은 특정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상종하지 말아야 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부 업무를 원칙대로 하지 않는 동료와는 말을 하지 않고 허위로 작성된 서류는 손으로 만지지도 않았습니다.
급기야 B 씨는 자신의 공직 생활 전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공직생활은 양심을 팔아 거짓말을 하는 사기라고 생각하며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모든 일을 완벽하고 도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 전체로 점점 확대되는 부정적 확대해석으로 분노, 두려움, 절망의 늪에 빠져들어 인생 전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이르렀고 죽음을 생각하는 지경까지 되었습니다. 결국 B 씨는 강박증 진단을 받고 질병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B 씨는 공직생활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상황과 객관적인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생각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부정적으로 처리되는 부분적인 업무를 확대해석하여 공직생활 전체를 부정적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부분과 함께 긍정적인 부분들도 볼 수 있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공직생활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생각해 보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보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경제적 활동, 인간관계, 동료애, 전문기술, 배움과 성장,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과 의무, 타인을 향한 긍정적 영향력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확대해석의 안경을 끼게 되면 공직생활의 긍정적인 부분들은 모두 무시됩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는 말로 작은 문제를 고치려다 전체를 망쳐버린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일, 상황, 대화에는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도 바로 잡으려는 자세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칭찬받고 격려받아야 할 훌륭한 성품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중요한 일들을 망치거나 큰 일을 그르치면 안 됩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비슷한 의미로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빈대와 벼룩처럼 매우 작지만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벌레를 완전히 박멸하려다 살고 있는 집과 가재도구를 모조리 태워버린다는 무서운 말입니다. 이는 조그마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교할 수 없이 큰 것을 희생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망치면 전체가 망친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부정적인 불씨가 긍정적인 의견들도 모조리 불태워버리게 둬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 확대해석은 완벽주의와 닮아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지만 완벽주의는 악마의 속임수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더구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일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인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과 같습니다. 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빨간색 렌즈의 안경을 끼면 세상은 온통 빨간색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렌즈가 아무리 좋아도 앞이 가려져 있다면 온전히 볼 수 없습니다. 부정적인 확대 해석은 한 사람이 돌아서면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는데도 자기 앞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보고 온 세상이 더럽다고 단정하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부정적인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을 객관적으로 균형 있고 조화롭게 해석하는 연습을 한다면 부정적 확대해석의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