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생긴거야!
부정적 자기 해석 negative self-interpretation
부정적 자기 해석은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 상황, 사건이 본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자기을 향해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또한 외부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결과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A 씨는 자기에게 관계가 있거나 없거나 본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자기가 중심적인 존재라고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A 씨가 길을 걷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웃는 것을 보았습니다. A 씨는 그들이 자기를 보고 웃었다고 생각하고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A 씨처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B 씨는 40대가 되었지만 결혼도 못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서 독립을 못하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무릎이 아파 거동이 불편하고 아버지도 몇 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사업을 접고 장애인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동생은 출가한 후 아이 둘을 낳고 이혼했습니다. B 씨는 부모님의 건강과 가정 형편, 동생이 이혼하고 가정이 파탄난 문제들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여자친구와 음란한 행위를 했기 때문에 가족에게 징벌적 고통이 왔다고 느끼며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B 씨는 몇 년 전 다른 여자친구와도 성적으로 음란한 행동을 했습니다. 그 기간에 그가 알고 있던 사람이 사고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 이유도 자기의 죄 때문이라고 생각한 B 씨는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다른 여자친구와 사귈 때에도 음란한 죄를 반복했습니다. B 씨는 최근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동거와 유사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여동생은 심각한 가정불화로 이혼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불륜이 드러나 어머니가 장애인 아버지를 상습폭행했습니다. 집에 가면 아버지는 권투시합을 하고 온 것처럼 얼굴과 온몸이 붉게 부어있었고 몸 이곳저곳이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인 B 씨가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오길 바랐지만 B 씨는 매일같이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느라 늦게 들어갔습니다.
B 씨는 여자친구와 음란한 행동을 하고 나면 벌을 받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3일씩 금식을 했습니다. 금식을 하고 있는 중에도 같은 잘못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음란한 행동과 금식을 반복하며 몸무게가 75kg에서 58kg까지 줄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2년여의 시간을 음란 행위와 셀프처벌을 반복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자 음란행위를 멈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주위를 돌아보게 된 B 씨는 엉망이 된 직장생활과 대인관계, 동생의 이혼, 부모님의 폭력과 상처, 쑥대밭이 돼버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를 만나며 매일 흥청망청 돈을 써서 통장에 모아놓았던 수천만 원도 모두 없어지고 월급으로 겨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도 엉망이 되어 부서이동을 반복했으며 직장동료들과 사이는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벼랑 끝에 서있는 것처럼 두려운 마음에 사로 잡혔으며 만성 피로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여자친구를 만났던 B 씨는 미칠 것 같은 두려움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강박증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거부하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강박증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동시에 문제들이 터져 두려움에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여자친구와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마음을 정리하는데 1년여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2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예전 여자친구의 사진들을 지우지 못하고 음란한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B 씨는 인간이 죄를 지으면 신에게 반드시 벌을 받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종일 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벌벌 떨었습니다. 혹여 가족 중 한 명이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자신의 죄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정죄했습니다. 직장 동료들의 업무상 거짓말에도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들이 잘못하면 본인도 함께 벌을 받을 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말을 할 것 같을 때 본인도 동일한 법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마음은 점점 병들어 갔습니다. 결국 B 씨는 가정, 직장, 친구 관계, 사회생활 모든 영역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본인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에 대한 벌을 받을 생각에 시달려 급기야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B 씨는 도망치듯 직장을 휴직하고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강박증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를 받으며 결벽, 강박적인 증상들이 많이 호전되었지만 망가진 정신세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휴직 기간이 끝나가고 직장 복귀가 다가오자 B 씨는 또다시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휴직 기간 동안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상태가 좋아졌지만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죄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B 씨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B 씨의 생각은 올바른 것일까요? 신앙적으로 보면 그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이 고통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인간이 모두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안 좋은 일에 대한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평가를 과도한 책임감이라고 합니다. 부정적 자기 해석 인지적 오류도 과도한 책임감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특별히 부정적인 일들이 모두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도 자신과 연결시켜 부정적으로 해석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난 부정적인 일들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믿는다면 본인이 다른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타인의 두뇌활동이나 오장육부의 신체활동, 말하고 듣고 먹고 자는 일들을 내가 주관하고 있나요? 자신의 능력으로 가족, 친구, 동료들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나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타인이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영위하는데 우리가 기여하는 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부분적입니다. 그 말은 우리의 타인에 대한 책임도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란 말입니다. 결국 자기 인생의 책임은 자기가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로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정적 사건에 대한 책임이 당신 혼자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상관없는 사람들은 상관하지 마세요. 그들 알아서 살아갈 겁니다. 세상 모든 짐을 혼자 지려고 하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