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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Oct 04. 2024

요플레와 감자칩

3일씩 아무것도 먹지 않은 금식을 6개월 동안 열 번 정도를 했었다. 몸무게가 20kg이 빠졌었다. 얼굴살이 쫘-악 빠지니 날렵한 턱선이 보였다.


'내가 이렇게 잘 생겼었나?'


나도 처음 보는 내 얼굴이었다. 언제나 단팥빵처럼 둥글둥글한 내 얼굴이었다. 75kg에서 57kg으로 감량하니 모든 바지가 헐렁해졌었다.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서 입은 바지꼴이 몸빼바지를 입은냥 볼품이 없었다.


3일이면 9끼다. 금식하면 먹고 싶은 음식들이 줄줄이 생각난다. 치킨, 떡볶이, 피자, 탕수육, 짜장면, 햄버거, 냉면부터 살면서 남겼던 음식까지 온통 먹고 싶은 생각 투성이다. 9끼를 금식하면 그 셀 수 없는 음식들 중에서도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이 두 가지로 추려진다.


3일 밤에 제일 먹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요플레와 감자칩이다.


차갑고 새콤달콤한 요플레와 짭쪼름하고 바삭한 감자칩이 최고로 먹고 싶어 진다. 3일 금식을 마친 밤 12시가 되면 숨겨두었던 요플레와 감자칩을 비닐봉지에서 꺼냈다. 요플레를 뜯는다. 미니 플라스틱 수저로 새하얀 푸딩을 삽질한다. 삽 위에 듬뿍 담겨있는 하-얀 요플레가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삽자루에서 미끄러지는 하얀 액체가 입 안에 떨어질 때 느껴지는 향연은 아마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를 거다. 혀끝부터 전해지는 당분의 짜릿한 진동이 온몸에 퍼지는 리드미컬한 로케트가 되어 순식간에 하늘 높이 치솟는다. 어느 순간 구름에 두둥실 떠올라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요플레를 맛보았으니 다음은 감자칩이다. 화려한 파티장에서 신나게 디스코팡팡을 추고 아들레날린을 쏟아냈다면, 감미로운 선율에 맞춰 감자와 함께 왈츠를 출 차례다. 피아노 건반의 도래미를 지나 솔로 향하는 포테이토의 손길을 따라 부드럽게 상승한다. 높은 음의 건반처럼 깨지고 부서지는 타격감에 묘한 성취감에 빠져든다. 눈송이 같은 세미한 꽃소금들이 흩뿌려지자 입안의 삼투압 작용으로 침샘이 분수처럼 폭발한다.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물줄기처럼 고소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요플레의 화이트와 감자칩의 브라운 컬러의 그라데이션의 바이킹을 탄다.


3일 금식을 마치고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날 밤 같은 별빛 아래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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