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중 첫째(중1) 딸아이가 영어학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음.. 갑자기?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들이 다 다니니까? 조금의 노력도 해보지 않은 채 덜컥 학원에만 보내달라고 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2학기엔 자유학기제라 시험도 없다. 공부시킬 마음이 없는 건지 아이를 전적으로 믿고 싶은 건지 내 마음도 알송달송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먼저 공부할 의향을 내비친 모습에 고마워해야는 지도 모르겠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며 당장에라도 동네 영어학원을 샅샅이 찾아 레벨테스트부터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건가.
현재 주 3회 25만 원을 주고 수학학원에 다닌다.(이것도 본인이 원해 올해부터 다녔다) 그 외에 하는 교육으론 M베스트인강과 주 3회 화상영어를 병행 중이다. 영어학원까지 보낸다고 생각하니 최소 25만 원은 넘을 텐데 그 와중에 당장 저축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나는 매정한 어미일까.
괜히 발끈했다. 왜 노력도 안 해보고 무작정 보내달라고 하는지. 엄마로서는 이 상황이 답답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도 많이 말고 하루 영단어 10개만 이라도 아님 5개라도 외우는 성의라도 보였으면 이렇게까지 열을 올리진 않았을 거다. 영어책이라도 꾸준히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만 욕심 가득한 엄마다. 그게 아이에겐 가당키나 할까.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들리겠지. 그나마 6년째 이어지는 화상영어라도 하기 싫다 소리 한번 내뱉지 않아 주어 위안이 된다.
아이공부는 정녕 엄마와 함께 해야 는 걸까. 여태 아이공부를 봐주지 못한 점을 당연스럽게 미안해야하는 건지. 봐주지도 못할 거면 학원이라도 적극적으로 보냈어야 하는건지. 혼란스럽다. 딸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문법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도움을 요청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단칼에 잘라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학원 아니면 안 되겠다는 그런 의지 약한 소리만은 듣고 싶지 않다.
이 글을 적은 후 잠시 뒤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랑 다시 이야기해 보았다. 영어학원은 조금 더 네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다짜고짜 가고 싶다고 무조건 보내줄 수 있는 가정경제가 아니라며 조곤조곤 설명했다. 절대 언성 높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사실 늦었다면 이미 늦었으며. 아직 중1인데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생각한다. 그 마음을 언제 먹는지가 제일 관건이긴 하다.
그 말을 다 들은 아이는 올 겨울방학에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 그리고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칠 때까지는 다녀보겠단다. 사실 한번 가기 시작한 학원을 중단하기란 쉽지 않다.
나: 그럼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몇 점 이하 되면 그만둘 거야? 90점?(목표를 크게 가지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세게 나갔다. 1학기 성적에 비해 엄청 높은 숫자다.)
딸: 80점?
이것도 반평균에 따라 결정한단다. 본인의 목표가 아닌 반평균에 의지하는 것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왜 분위기를 따라가려는 걸까. 누구의 점수를 기준으로 잘 나오면 잘한 거고 못하면 못하는 걸까. 본인의 목표로는 안 되는 것인지.
학부모가 되어보니 이제야 눈에 보인다. 목표 없는 학원 생활은 의미가 없다. 마음의 안정으로만으로 보내기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결국은 본인 의지의 문제다.(이게 바로 될 것같았으면 말도 안 꺼냈겠지만)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아이 괜히 심란하게 만든 건 아닌지 뒤늦게 걱정이 된다. 학원 하나에 그냥 보내면 되지 싶겠지만 가고 싶다고 당연히 갈 수 있는 안이한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교육에 답이 있을까. 오로지 아이와 엄마의 선택이다. 아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엄마인 나부터 교육목표를 확고히 해야 한다. 초등과는 또 다른 고민이 날로 생긴다. 학원비 앞에 주춤하는 현실이 못내 속상하기만 하다.
(광고아님) 일단 연기한 학원대신 문제집 사달라는 딸. 그래 일단은 스스로 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학원은 올 겨울 천천히 알아보자^^
사진출처:(제목)픽사베이, EBS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