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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17. 2024

밥만 먹는다는 중2 사과만 먹는다는 초6


월요일 아침부터 첫째가 샤워를 한다. 초등 때는 머리 감아라고 해도  듣더니 중학생이 되니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을 중등엄마가 되니 몸소 알게 되었다. 


큰방에 와서 교복바지를 찾는다. 지난주에 치마를 입고 가서 바지를 입지 않았단다. 그렇다면 그전부터 본인방에 있었을 텐데 왜  방에 와서 찾고 있는지. "네 방에 찾아봤나?" 찾아보니 없단다. 조금이라도 더 누워보려는 어미몸을 일으켜 세우게 만든다. 첫째 방에 들어가자마자 행거에 걸려있는 옷걸이를 꺼냈다. 미안해하는 눈치는 있어 안심이다. 여기만 빼고 다 찾아봤다는 허파 뒤집어지는 소리를 해댄다.




아침은 또 뭐 주지. 달걀 구워줄까 물어보니 어제 먹고 남은 닭갈비를 달란다. 아 맞다. 너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원래 주려고 했는데 자고 일어난 사이 깜박했다. 사과도 깎고 남편도 줘야겠다.


밥은 어제 다 먹고 안 해놨네. 이럴 때 쓰라고 냉동밥을 준비해 뒀지. 나름 준비성 있는 철두철미함에 흐뭇해진다. 따끈하게 데워진  위에 닭갈비를 올렸다. 첫째야 사과 먼저 먹고 밥 먹어라. 사과 안 먹는단다. 역시나 내 생각대로 들어줄 리 없다. 이게 뭐라고 그냥 하나 먹고 밥 먹으면 되지. 작은 거 하나만 먹어라.


아침 공복엔 사과라는데 사과 먼저 먹고 밥 먹으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반 강제로 겨우 한쪽 먹었다. 밥은 다 먹었다. 남은 아이 둘째. 사과만 먹는단다. 앤 또 왜 이러니. 사과 먹는 건 좋은데 밥도 먹어주면 안 되겠니? 뭐라도 먹고 가는 게 중요하지만 둘 다 먹어주었으면 하는 건 내 바람이다. 저녁이었으면 사과를 먹든 밥을 먹든 크게 신경 안 썼을 것 같다. 유달리 아침이 그렇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이렇게 다르다. 결국 둘째는 사과만 먹었다.  밥은 어떡하니. 어쩌긴 내가 먹어야지. 출근할 때 거의 아침을 먹지 않는 나는 큰아이 덕분에 사과도 먹고 둘째 덕분에 밥도 든든히 챙겨 먹었다. 의도치 않게 효녀들이네 고맙다.


"내 알림장 못 봤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아이들은 왜 찾아보지도 않고 나에게 묻는 걸까. 난 만능엄마가 아닌데. "네 알림장을  내한테 찾노" 방에 들어가더니 바로 "아 저기 있네" 한다. 누가 자매 아니랄까 봐  먹일 때만 나를 찾는다. 




내가 일을 하고부터 친정엄마는 우리 아이들을 봐주었다. 다른 이유로 일 년 정도 함께 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손이 가지 않을 만큼 커 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집에 와서 세탁기도 돌리고 빨랫감도 각자 자리에 놔둔다. 하지 마라고 몇 번 얘기해도 안된다. 아이옷이랑 내 옷이랑 구분하지 못해 자주 내 옷 찾아 삼만리 아이방으로 딸은 큰방에 온다. 옷이 없거나 물건이 안 보이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야 시근이 들어 이런 이유로는 찾지 않는다.


시어머니도 몸에 좋지도 않은 과자 머 하러 먹노 하시면서 잘 먹으니 또 갖다 준다. 이모 가게에 들를 때마다 근방에서 꽈배기랑 소라와 고구마과자를 비닐봉지 한가득 들고 오신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그 마음 알기에 주면 또 맛있다고 잘 먹는다.




아이들에게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해도 소용없다. 알면서 자꾸 말하게 된다. 안 좋은 거는 하지 마라 좋은 거는 한번 더 권하게 된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우리 엄마랑 닮아가고 있다. 자식이 그런가 보다. 물건 찾아주는 대신 아침은 주는 대로 먹어달라고 협박이라도 하고 싶다. 만만하고 편한 엄마가 되었다. 우리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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