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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l 13. 2024

가족 여행의 의미

친정은 대가족이다. 아빠, 엄마, 띠동갑 첫째 언니와 열 살 터울의 둘째 언니, 나 다섯 식구였다. 결혼을 하고 각자 두 명의 자녀를 낳아 열네 명이 되었다.

울산에 사는 큰언니는 대구로 오기 위해 속도로 운전을 한번 뚫더니 혼자서도 잘 온다. 왔다 하면 친정에 자고 간다. 많게는 한 달에 한번 못해도 두세 달에 한 번은 꼭 온다. 한 달에 두 번 올 때는 울산이 옆집인 줄 알았다. 큰언니가 올 때마다 둘째 언니와 나는 친정으로 간다. 


혼자 계신 시어머니는 10년 전부터 친정가족과  여름휴가를 함께 했다. 친정부모님과 형부들도 이젠 시어머니와 여행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새로운 가족 조카사위도 생겼다. 처음으로 가족여행에 동참하였다. 그렇게 모인 인원 열여섯 명이다. 8월에 세상 밖으로 나올 조카 뱃속에 있는 아이까지 합하면 열일곱 명인가. 




남편이 우리 가족끼리 놀러 가려고 펜션을 알아보다 대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을 발견하였다. 친정식구들이랑 다 같이 가면 좋겠다고 하였다. 가족 단체톡방에 올린다. 행동대장 큰언니가 좋다고 하였다. 다행히 전원모두 시간이 되었다. 이번 1박 여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급하게 진행한 이유는 다음 달에 출산할 조카와 올해 고3 수능생이 있기 때문이다. 날부터 잡고 보았다. 펜션 근처에 족구장이 있어 그날 OB와 YB 나누어 족구 대결을 하기로 했다. YB 조카팀은 내기를 하자고 했고 나는 공은 넘어올 수 있겠냐며 도발했다. 의미 없는 신경전이지만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일 생각에 마음이 붕 떴다.


토요일 다른 가족들은 먼저 밀양으로 출발하였다. 나는 두 시까지 근무를 해서 우리 식구는 뒤에 합석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서둘러 족구장으로 향했다.

OB는 형부 둘과 남편을 중심으로 언니와 돌아가며 공을 차기로 했다. YB는 아이들 팀이다. 조카 중 세명은 성인이고 한 명은 고3이다. 할아버지가 눈에 띄도록 YB팀을 지지하는 편파심판이었지만 족구는 연륜이었던가. 무리 봐줘도 OB팀이 승리했다. 이어 근처 학교운동장에서 축구도 하였다. 오늘을 위해서 평소 만보 걷기와 가끔  체력을 길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십 대 중반 건장한 년이 된 조카 한번 이겨보겠다고 열심히 뛰었다. 안 쓰던 근육을 불태웠더니 이틀 동안 오른쪽 다리 근육통이 생겼다. 

운동 후 먹는 숯불고기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비소식에 걱정했는데 이틀 동안 날도 좋았다.

친정부모님 연세가 벌써 여든이다. 년까지만 해도 부모님은 매일 공원산책을 나가셨는데 아빠는 올해 눈에 띄게 살도 빠지고 조금만 걸어도 숨차하신다. 자주 찾아가서 저녁 먹어야지 해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조카들이 어릴 때야 날만 잡으면 되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가족모임에 빠질 수도 있다. 앞으로 다 같이 모여 어디갈 날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단체여행 한번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내 자식 크는 것만큼 조카들도 빨리 성장한다. 대학생 때 똥기저귀 갈아주며 내가 키웠다고 큰소리쳤는데 그 아이가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될 준비를 한다. 세월 참 빠르다. 함께하는 자리가 감사하기만 하다. 


친정부모님이 부럽기도 하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사위와 손주랑 함께 하는 장면을 그려본다. 자녀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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