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Jul 18. 2024

원래 하던 거 하면 된다

누가 커피에 수면제를 태웠나 싶을 정도로 밤에 마셔도 잘만 잤다. 일요일 밤엔 아홉 시 삼십 분에 누워서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났다. 요일은 열 시에 잠들어 다음날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났다. 일곱 시에 아이들 과일만 깎아주고 다시 누웠다. 원래도 새벽기상 따위라 쓰고 보상의 시간이라 여겼다. 월요일 점심으로 먹은 삼계탕은 기력대신 오후 내도록 몽롱한 정신만 남겼.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한 권 내보겠다고 작년 말부터 책쓰기&글쓰기수업도 등록하고 매주 수업을 듣는다. 강사님은 열과 성의를 다하여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겠노라 몸이 아플 때도 두 시간을 불 싸질렀다. 보답하고자 뭐라도 써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의욕만큼 써내지 못했다. 면 알수록 더 어려워진다고 해야 할까. 


 일은 많은데 계속 미루고 있다. 걷기도 해야겠고 서평과 브런치 글도 써야 한다. 1월부터 쓰기 시작한 초고 틈틈이 브런치 글을 병행하며 40 꼭지를 완성했다. 40 꼭지 만든 것도 기특하고 설렜다. 진짜 뭐라도 나올 것만 같은 기쁨도 잠시 퇴고라는 벽을 맞았다. 진도가 안 나간다. 밤마다 잠은 쏟아지고 마음만 무거워지고 있다. 

 

오로지 브런치에만 몰두하다 책 쓰기와 연관되니 이도저도 안 되는 것 같다. 책 쓰기에 몰두하려니 이곳을 모른 체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  


왜 그렇게 책을 내고 싶어 하는지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가도 중간중간 길 잃은 아이처럼 헤매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가도 내가? 진짜?라는 의문을 스스로가 던진다. 쏟아져 내리는 잠이 무의식적으로 안된다는 걸 몸으로 말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의식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하나라도 더 고쳐야 한다. 하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파고 들어보자.


평소 걷던 루틴을 이어가지 못하니 쓰는 영향까지 미치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냥 다 핑계다. 안 하려는 핑계 미룰 수밖에 없는 핑계다. 든 걸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니 하나에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 주는 칭찬이 좋았다가도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으니까. 해내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무엇을 할 거라고 선전포고하는 성격이 못된다. 금주는 선전포고했네. 언제 다시 마실 날을 혼자 기약하며. 괜히 말했다가 못하면 어떡하지가 되어버리는 게 싫었다. 그런 걱정 따위 생각하는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적는 게 남는 거다. 한 문장씩 눌러쓰다 보니 그래 이렇게 쓰고 싶었는데 여태 다른 길로 둘러온 것 같다. 원래 하던 거 하면 된다. 걷고 쓰는 일이 내가 할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족 여행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