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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Aug 29. 2023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가끔은 헴, 세상은 변하고 절대로 다시 똑같아질 수 없어.
이게 그런 시기인 것 같아. 삶이란 그런 거지.
삶은 변하고, 우리도 그래야만 해."


  청소년용 책이라고 해서 쉬운 단어와 문장으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주요 등장인물이 비슷한 또래이고, 주로 학교 생활이나 친구와의 우정과 갈등을 다룬 이야기라 공감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즉 배경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기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좋은 책들이다. 비슷한 소재의 책을 몇 권 읽다 보니 조금 지루해진 듯했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뭔가 색다른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20년쯤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만 230만 부가 넘게 팔린 초대박 베스트셀러. 이 정도면 나이, 성별, 국적, 취향 등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책, 바로 <Who Moved My Cheese?>,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우리말 제목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짧은 길이이다. 판형도 작은데 본문은 74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된다. 그중에서도 15 페이지는 그림(과 하나의 문장)이다. 책의 길이는 아이들이 읽을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너무 길어서 끝까지 읽기가 힘들다면 책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우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 학생에서 은퇴를 앞둔 시니어까지 – 맞닥뜨리게 되는 변화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230만 부 이상 팔린 이유이다. 다만 한 가지, 청소년을 위한 책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책이라는 게 조금 걸렸다. 문장과 단어가 어렵지 않아 해석은 쉽게 하더라도, 아직 삶의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청소년용 책만 읽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텍스트로 전환을 해야 했는데, 그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되어서 읽기로 결정했다.



 책은 어느새 중년이 된 고등학교 친구들이 동창회에 모여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며 시작된다.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친구들은 물론, 평탄한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 친구도 인생의 굴곡과 큰 변화를 겪으며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의 고민에 Michael은 자신이 변화에 대응할 때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Michael이 들려준 그 이야기가 <Who Moved My Cheese?>의 핵심 내용이다. Michael의 이야기에는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캐릭터가 등장한다. Haw와 Hem이라고 불리는 작은 사람 두 명과 Sniff와 Scurry라 불리는 쥐 두 마리이다.                                                           

어느 날 이들이 맛있게 먹었던 치즈가 사라진다.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라 착각했던 치즈가 사라지자 Haw와 Hem 그리고 Sniff와 Scurry는 각각 이름에 맞는 대응을 한다. 그중에서도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Haw를 따라가며 변화란 무엇인지, 왜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떻게 이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간혹 중학생에게는 이해 안 될 수도 있는 직장인의 이야기나, 20년 전의 사회상 등이 나와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문법책에서 배웠던 관용어구나 문법 등이 제법 있어서 영어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더 좋은 건 Haw가 깨달았던 지혜 하나하나가 우리의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 된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아직 중학생이지만 곧 고등학교 입학을 생각해야 할 때였다.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 맞이하는 변화와 전환의 시기였다. 치즈가 사라진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Hem에게 Haw가 남기는 말은 왜 자신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는지 궁금했을 아이들에게도 답이 되었을 것이다.


“Sometimes, Hem, things change and they are never the same again. This looks like one of those times.
That’s life! Life moves on. And so should we.”

 


그림 출처: https://twitter.com/fructoseno/status/1169874992076447746?lang=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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