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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24. 2024

노르웨이 어부의 밥상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해산물 비교


1> 노르웨이 어부의 밥상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아니라, 노르웨이산 건대구 수입이 절실하다!!! 아이슬란드에 이어 노르웨이에서도 대구사치를 누렸다. 이번엔 건대구! 역시 생선은 적당히 말리는 게, 감칠맛이 나서 좋다. 건대구는 와인 도둑! 특히 화이트 와인 도둑!


러시아 캄차카에서 맛보고 반했던 훈제 광어도 노르웨이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훈제연어만 먹는지. 흰 살 생선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훈제 광어가 갑인데! 훈제 대구와 훈제 고등어도 두루 사서 시식해 보았다.



노르웨이에서는 훈제가 우리의 무침처럼 흔하다. 훈제 대구알과 브라운 치즈 등 대체로 노르웨이 훈제 음식은 피트향 강한 싱글몰트와 최고의 궁합! 위스키가 요즘 MZ세대에게 유행이라던데 위스키 바에서 도입하면 반응 폭발할 듯.


우리 식탁에 김치가 여러 종 올라오듯 노르웨이의 호텔 조식에는 연어가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어 올라온다. 느끼해서 생연어를 선호하지 않지만 다양한 베리에이션의 연어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역시나 훈제연어는 거친 빵과 함께 먹었을 때 갑!



노르웨이 호텔 조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묵. 유럽에서 어묵을 먹어보기는 노르웨이가 처음인 것 같다. 식감이 우리나라나 일본 어묵처럼 탱글탱글하지는 않았지만 원재료에는 더 충실한 듯.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북유럽 3국 중 다른 두 나라는 발트해룰 끼고 있고 노르웨이만 너른 북해를 접하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식탁이 훨씬 풍요로웠다. 심지어 해초도 적극적으로 먹고.


내년 여름 ’스칸딕베케이션 -로포텐 트레킹‘에서는 꼭 노르웨이산 건대구와 노르웨이산 미역으로 건대구미역국을 끓여 먹어 보기로. 스웨덴에서 수르스트뢰밍을 안 먹고 오고 노르웨이에서 훈제 고래고기도 안 먹어 보았는데, 요건 내년 여름 ‘스칸딕 베케이션’의 숙제로 남겨 놓기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고, 대구는 노르웨이에 가서 잡힌다.



2> 아이슬란드 어부의 밥상


아이슬란드에 맛집이 있을 리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나라 음식을 먹어주는 것은 여행자의 의무라는 생각에, 속은 셈 치고 들렀다. 일행에게 ‘크루즈에 가면 음식이 지천인데, 굳이 돈 들여서 맛없는 음식을 먹게 하는가, 싸지도 않은데‘라는 타박을 들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기우였다. 대구 수프, 대구구이, 대구 크림 찜, 대구살 으깬 무침, 대구 칠리구이. 대구로만 만든 음식이 다섯 가지였는데 하나도 질리지 않았다. 가자미와 광어 등 다른 생선으로 만든 음식도 훌륭했다. 투뿔 소고기를 안심, 등심, 안창살, 갈빗살, 제비추리 등등 두루 먹어보는 기분이랄까.


두꺼운 팬에 조리해서 불에서 바로 서빙하는 것도 좋았다. 싱싱한 해산물을 생생하게 서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집에 가보고 난 뒤 기회가 되면 다른 도시에서도 아이슬란드산 해산물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 섭에 해당하는 자연산 홍합과 대합보다 더 큰 조개가 궁금하다.



아이슬란드 슈퍼마켓에서 말린 대구살을 샀다. 우리나라 말린 대구와의 차이라면 염도가 없다는 점. 날씨가 추워서 소금을 뿌리지 않고 말려도 되는 듯. 아니면 동결건조 시켰거나. 침에 살살 불려 먹으면 묘한 감칠맛이 났다.


슈퍼에서 말린 대구를 사서 나오는데 옆 건물에서 건조한 해산물을 판다는 빌딩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순박한 아이슬란드 총각이 나와서 가업으로 하고 있다며 이런저런 건해산물을 보여주었다. 러시아였다면 보드카를 함께 팔았을 텐데 와인을 팔고 있었다. 소량 포장된 건해산물 두 개를 5유로에 사고 와인을 한 병 사서 해변에서 마셨다. 좋은 궁합.  


말린 대구는 유용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동결건조 국에 넣으면 제대로 왕건이가 되어 주었다. 라면에 넣어 먹어도 맛나고. 한국에 가져와서 북어버터구이처럼 볶아먹고, 북엇국 대신에 건대굿국을 끓여 보았다. 둘 다 기대한 만큼 맛있었다.



3> 스코틀랜드 어부의 밥상 - 시푸드 플래터


유럽에 가면 바닷가에서 식사를 할 때 반드시 주문하는 음식이 바로 시푸드 플래터다. 우리 식으로 하면 모둠 해산물 정도? 그 지역의 바다가 특히 그 계절의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대체로 지중해 연안 도시는 튀긴다. 그래서 실패 확률이 적지만 해산물 감수성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깔라마리가 있어서 점심때 맥주와 먹으면 제격이다.


그리스나 모로코의 재래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초장집 스타일로 좌판에서 직접 고른 해산물을 요리해 주는 집이 있다. 이때는 정어리만 있다면 천하무적이다. 다들 전어보다 맛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인버너스에서 시푸드 플래터를 받아보고 깜놀했다. 초절임 생선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청어와 연어가 초절임이었고 다진 대구살과 살짝 데친 새우살을 내었다. 맥주가 아니라 화이트와인에 제격인 차림이었다.



바이킹의 후손 혹은 바이킹과 싸운 이들의 후손들이라 생선 저장식에는 일가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메사바 맛을 스코틀랜드에서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곁들인 홍합찜도 좋았다. 셔틀랜드에서 먹었던 홍합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알맹이가 실했다. 바다가 차서 그런지 홍합색이 진하고 살집이 좋았다. 이곳 홍합찜 양념은 살짝 마살라를 넣어서 똠얌콩과 비슷한 맛이었는데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내년에 스코틀랜드 위스키 & 트레킹 & 고성 테마로 다시 가려고 하는데 이곳 해산물도 좀 더 신경 써서 먹어보려고 한다. 역시 찬바다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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