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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Jan 14. 2024

"졸업" 설레기도 하고 두려운 두 글자

첫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

결혼을 하고 임신이 어려웠던 나는 한 번의 유산을 겪고 지친 상태로 마음을 비우고 남편과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임신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종교도 없는데 임테기를 들고 하늘에 대고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얘기하며 볼도 꼬집어보고 진짜가 맞나? 신기해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임신 5개월이 되었을 때 성별이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온 가족이 기뻐했다. 각자 속사정이 있겠지만 가족들은 첫째는 아들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첫째 아이는 이런 이유로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체력저하인 엄마는 뇌구조가 다른 아들의 행동을 어릴 때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고 키우는 게 힘들어서 혼을 많이 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는 본능에 충실했던 것뿐인데 미안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릴 때 고생시킨 아이가 클수록 모범생이 되는 건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사고치 던 첫째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승부욕도 있고 인내심도 있었던 건지 운동, 공부 등에서 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하루가 참 길었는데 초등학교 다니면서부터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어느덧 첫째 아이는 나보다 손발이 더 커지더니 올해는 키도 더 커졌고 변성기도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을 맞았다. 졸업식에 참여할 때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영상에서 어릴 때 사진을 보여주는데 울컥하며 어릴 때 아이의 모습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빨리 커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가 훌쩍 커버려서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지금은 언젠가 나를 떠나 독립할 그날이 아쉽게 느껴진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는 방학 때 늦잠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 중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당장 인터넷으로 '예비중학생 겨울방학'이라는 검색어로 무한검색을 시작했다. 그중 한 고등학생 아이엄마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 후 후회되는 점'이라는 글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고등학생이 되면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것과 많이 여행 다니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앞으로 6년간 지겹도록 공부할 텐데 나는 당장 중학생이 되니까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갑자기 얼마 전 차 안에서 아이가 흘리듯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엄마, 우리 예전에 싱가포르 갔을 때 루지도 타고 도마뱀도 보고 재미있었는데 또 가보고 싶다"를 시작으로 예전에 어디 가서 뭐 했는데 좋았지 라며 추억소환을 했던 기억이 났다. 길고 긴 겨울방학 동안 아이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농구를 좋아하고 볼링에 푹 빠져있었다. 볼링공을 사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무슨 볼링공? 이라며 흘려들었던 생각이 났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농구랑 볼링 실컷 칠 수 있게 해 줘야겠다.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좋아하는 볼링공을 선물해 줘야겠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성인이 돼서 나를 떠나 독립을 하고 난 후 나를 찾아왔을 때
 "엄마, 그때 우리 즐거웠지, 재미있었지"
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자!
사랑하는 아들이 보낸 내생일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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