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들의 의미

by 김도형


위키백과에서는 영화 <식스 센스>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식스 센스》(The Sixth Sense)는 M. 나이트 샤말란이 감독, 각본을 쓴 1999년
미국의 초자연적 픽션 호러 스릴러 영화이다. 샤말란 감독은 이 영화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감독에 오른다. 이 영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콜 세어와 그 능력을 믿지 않는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의 대립구도를 그린 작품으로, 반전 결말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웰메이드 스릴러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는 관계가 등장합니다. 보이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는 존재들의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숨은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영화는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품게 만듭니다.


그러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은 대사는 이것입니다.

소아정신과 의사로 분한 부르스 윌리스가 자폐증으로 상담받았던 어린 콜에게 건넨 말이지요.


- 돌아가야겠어.

가족은 돌보지 않으면 무너지니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유령 따위는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높은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아래는 미국의 토머스 홈스 Tomas Holmes와 리처드 라헤 Richard Rahe 박사가 정리한 스트레스 43개 항목을 국내의 홍강의 교수와 정도언 교수가 다시
한국적 정서와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여 개발한 대표적 스트레스 지수 순위입니다.


1위 : 자식 사망
2위 : 배우자 사망
3위 : 부모 사망
4위 : 이혼
5위 : 형제자매 사망
6위 : 배우자의 외도
7위 : 별거 후 재결합
8위 : 부모 이혼, 재혼
9위 : 별거
10위 : 해고, 파면
11위 : 정든 친구의 사망
12위 : 결혼

(출처 : 환자 혁명 - 조한경)


어릴 적 친척 어른들의 부음 소식은 생경하고도 무서운 느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말로만 듣던 죽음이 한 발씩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파란만장했던 직장 생활에 가속도가 붙어가던 어느 겨울날, 새벽에 아버지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병명은 뇌출혈이었습니다. 신정 연휴라 수술할 의사를 급히 호출해야 했습니다.

결국 수술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삼일 만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의지하며 장수를 누리시던 할아버지가 그 해 말에 돌아가셨습니다.

죽음으로 인한 직계 가족과의 이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연이은 장례는 남은 가족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충격은 어머니마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공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여생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선배들은 놀라서 사직을 말렸고

결국 업무를 최소화하면서 이삼 년 사직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수치화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는 정말 의미 없는 일입니다. 매 순간이 형언할 수 없이 고통스러우니 말입니다.

영원한 이별로 인한 상실감이 극에 달하면 자기도 모르게 무의미해진 생을 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립니다.

그 순간 기댈 수 있는 벽이 없다면

정말로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가족들 각자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서로의 아픔이 그토록 깊은 것임을 미처 몰랐지요. 사실은 각자 아픔을 숨기며 삭히느라 애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머니도 가족들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열심히 관리해 드리면 언제까지고 내 생애를 함께 해 주실 것 같았던 어머니도 떠나셨습니다.

늘 함께 하던 가족이 영원히 사라진 것입니다.


그때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것들도 반드시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가족뿐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직장도, 친구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젊음도, 꿈도, 미움도 마침내는 사라집니다.


우리의 눈앞에는 여러 가지 관계로 맺어진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원하는 대로 이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없고 싫다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그들 모두 내 삶에서 비껴 난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잃어본 사람은 압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애증이 녹아버리는 것을.

그저 남는 것은 한없는 회한 뿐입니다.




《식스 센스》

여섯 번째 감각,

그것은 유령을 보는 초능력이 아니라

타인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우리의 식스 센스는 당연한 것, 당연한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이해입니다.

그 당연한 것들은 불멸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가족은 한번 틀을 갖췄다고 그냥

유지되지 않습니다.

다른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손과 발처럼 가까이에서 좋고 싫음으로

얽혀있는 모든 이들은 분명

의미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러기에

의무감이 아닌 깊은 이해에서 우러나는 관심이 더욱 특별해지는 저녁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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