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이랬습니다

맘껏 기뻐해 주기, 맘껏 슬퍼해주기

by 김도형


소란스러운 아들에겐 이랬습니다.

ㅡ 아, 왜 이러니? 정신 사납다.


호들갑 떠는 아내에겐 이랬습니다.

ㅡ 아이고, 이 사람아. 나잇값 좀 해.


말씀이 많아진 어머니에겐 이랬습니다.

ㅡ 엄마. 그렇게 한 말 또 하고 또 하면 남들이 싫어해요.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는 친구에겐 이랬습니다.

ㅡ 그건 네가 잘못했구먼. 이제 그만해.


티브이에 나오는 연기자들에겐 이랬습니다.

ㅡ 지겨운 것들. 이제 그만 나오면 안 되나?


밤하늘의 별들에겐 이랬습니다.

ㅡ 요즘 별은 영 빛나질 않아.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한 세대가 떠나가니

제 때에 맞는 아름다운 말을 꺼내지 못한

과보가

대추나무 가시처럼 날카롭게 찔러옵니다.


순간순간 아무렇게나 내보냈던 몇 마디가

자라나선 눈을 부릅뜨고 돌아옵니다.


갑자기 내리는 눈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 잠시만이라도 나의 검은 후회를 덮어주었으면.


마음에 없더라도 따뜻한 말을 했어야 옳았습니다.


그때 그 누구도 나의 냉정한 판단을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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