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한다는 것

사랑을 잃지 않으려면

by 김도형


흔히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도 말고 후회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생각에 경제성을 부여하여 효율적인 전자제품처럼 생각하기를 구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말의 진정한 뜻은 후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후회에 사로잡히지 말라일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중고시절 동창생 중에는 교회 목사가 된 이도 있고 가톨릭 신부가 된 이도 있다.

이 둘은 참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다.

나는 학창 시절 여러 해 개신교 교회를 다녔으나 지금은 불교식 명상을 추구하고 있으니 셋이 모이면 우리나라 3대 종교 대담이라도 가능할 것만 같다.



첫 직장의 2,3년 차 되던 해에 사무실로 엽서 한 장이 날아왔다.


그동안 잘 있었어?
0월 0일 12:00시에 00 성당에서 신부 서품을 받게 되었어. 와서 축하해주지 않으련?



그 친구와는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으니 6년이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다.

그렇다고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줄지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춘기 소년들의 정서적 교류는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 친구가 가톨릭 신학대학에 입학한 이후로는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그가 신학 대학원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을 다른 친구에게서 들었다.



당시는 토요일을 포함해서 주 6일 근무를 하던 시절이다.

토요일 근무는 보통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종료되었다.

아무리 빨리 정리해도 지방 도시의 성당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품식에 참석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근이나 조퇴를 하는 것이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시절엔 신참이 부모상 아니고는 감히 휴가나 연가를 신청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교육을 맡은 팀을 언감생심 선배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결국 마음에 작은 좌절감을 느끼며 참석을 포기했다.

그런데 너무 미안한 나머지 사정상 갈 수 없다는 연락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순진함이 지나쳤다.



그 후 여러 해가 지나서 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톨릭 봉사 단체에서 헌신하고 있었다.

그의 평화로운 얼굴을 대하는 순간 예전에 그가 보낸 엽서가 떠올랐다.

그때는 사무실 분위기도 좀 바뀌고 신참 신분도 막 벗어났기에 근무에 약간 여유가 있었다.

- 아, 왜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지 못했을까...

그는 이해하는 마음에서, 나는 또다시 미안한 마음에서 서품식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번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당시 친구의 얼굴 표정은 사려 깊고 진중했으나 어딘가 우수가 어려 보였다.








인생에는 두 가지, 세 가지 일로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그 두세 가지의 일들은 제각각 비중도 다르고 영역도 다르다.

그러므로 매번 선택하는 일에는 후회가 남기 쉽다.

또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가치 판단을 하기 어려우므로 후회의 정도도 매우 주관적인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 모든 선택은 어떤 형태로든 후회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후회를 줄이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1년 후, 혹은 5년 후나 10년 후를 가정해보는

겁니다.

그때가 되었을 때 덜 후회될 선택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현재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친구가 신부 서품을 받을 때 업무를 뒤로하고 참석했다면 사무실에서는 작은 동요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것은 말 그대로 작은 일에 불과했을 것이다.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나 스스로가 지닌 두려움 때문이었다.

거대한 일상의 틀을 깨뜨리는 것만 같아서 감히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의적인 도발이 아닌 개인의 의미 있는 일탈은 조직에 별반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개별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일이다.


우리의 진정한 선택을 가로막는 방해물은 내부에 있다.

바로 상상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공포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공포를 부추긴다.

그러나 그 공포는 허상일 때가 많다.


우리가 지켜온 외형의 기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바뀐다.

오히려 절대적인 것은 마음에 있다.

그 가슴이 말해주는 소중한 순간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게 후회를 쌓기에는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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