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이름은 유일하지만, 그녀가 주인공인 소설은 120여 종류나 된다. 제목도 다르다. 그래서 단일 작품이 아닌 ‘춘향전군(春香傳群)’이라는 작품군으로 본다. 그녀가 등장한 창극, 신소설, 현대소설, 연극이 있고, 영화도 여러 편 제작되었다. 2000년 1월 19일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은 한국영화사에서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지은이조차 알 수 없지만 춘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한결같다.
변 사또가 군림한 관아 마당에 춘향이가 끌려 나왔다. 춘향이는 억울하게 옥에 갇히고 고초를 당하는 처지가 되어 촛불처럼 흔들리는 목숨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곧 호쾌한 이몽룡의 어사출두가 있음을 알기에 춘향이가 고통을 당하면 당할수록 높은 긴장감을 느낀다.
하지만 여기에서 잠깐! 변 사또는 지방관리가 아닌가!
그렇지만 사법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방 행정관인 변 사또가 사법권을 행사하는 장면이 어색하다. 하지만 조선시대는 그랬다. 지금으로 예를 든다면 군수가 군민을 체포하여 가두고, 취조하며 판결을 내리는 사법권을 보유함이다.
오늘날은 국가 권력의 작용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별개의 독립된 기관이 분담한다. 이러한 3권 분립은 근대 자유주의의 중요한 정치 원리를 실천하려 함이다. 사법권의 독립의 무너진 현장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당한 현장이다. 지금 억울한 춘향이 신세가 됨이라 비유하겠다.
춘향의 생일로 믿는 음력 4월 8일에는 춘향이의 삶이 있던 남원 지역에서 춘향제가 열리고, 광한루 동편에 자리한 춘향사당에서 제사도 지낸다 한다. 1950년부터는 전국춘향선발대회도 이어지고 있다. 춘향이에 대한 사랑과 여러 축제만큼이나 사법부가 독립이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폐해도 몸서리치게 각인되기를 소망한다.
이는 내가 광한루에서 치맛자락 날리는 춘향보다 옥에 갇힌 춘향을 잊지 않는 이유다.
그림출처 : 최선혜 글 그림, 《슬픔도 미움도 아픔도 오후엔 갤 거야》, 흐름 출판사, 2020, 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