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히 후회하라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각종 조언이 넘쳐난다. 정도와 내용의 다름은 있지만,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없는 삶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로 인해 일어난 문제가 없어졌으면 하는 후회가 불쑥 올라오곤 한다.
그런데 후회 자체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후회할 줄 모르는 것이 더 문제이다. 극단적 예이지만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그것이 잘못인지 공감하지 못한다. 우울함이나 슬픔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도 냉정하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으로 후회가 있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후회 없음이 아니라 후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여기 후회를 잘 다룬 어떤 마을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공은 인자하고 공손하며 행실이 돈독하여 이웃 사람들이 감화를 받았다.
마을에 제 아내를 박대하는 사람이 있어 평소 아내에게 도리에 어긋나게 대하는 일이 많았다.
공이 예에 맞게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을 보고는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 스스로 후회를 하고 그 뒤로부터 다시는 아내에게 도리가 아닌 짓을 하지 않았다.
(《기언 별집》17, 사헌부 감찰) 노공 묘비명)
저 글에 있는 마을 사람은 후회했기에 거듭났다. 지난날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달라졌다.
그러니 후회는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며, 방향을 바꿔 새 길을 안내하는 GPS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이 없이 살아왔다거나, 실수나 부족했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숙했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겸허함이며, 그것을 바로잡아 나아가는 자세를 갖고 있음이다.
그러니 오히려 더 처절하게, 진심으로 후회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회를 적극적인 도약과 성숙,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문득 후회되는 일이 떠오른다. 흔한 말처럼 ‘걷다가도 벽치기, 자다가도 이불 킥’이다. 잘나지도 않고 대단할 것도 없는 사람이 능력에 부친 일을 감당하느라 분주하게 오가며 많은 것을 놓쳤다. 실수투성이에 ‘헛 똑똑’의 국가대표 격이며, ‘뒤퉁바리’가 전공이다. 가장 부족하고 어리석은 자였다. 그래서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뼈저리게 돌아보고 후회하였다.
후회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못한 사람으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돌아보고 후회하고, 아파했기에 조금씩 고쳐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후회가 고맙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자꾸 속삭인다.
문득 후회되는 일이 떠올라도 그것이 네가 인정해야 하는 너의 모습이며, 그 모습이 가족과 세상이 참고 사랑하며 지켜준 너의 모습이라고. 그러니 너도 자책하지 말고 그 모습을 사랑하라고.
후회로 온전히 달라진 이름 모를 저 마을 사람이 사헌 감찰을 지내며 평생 법도에 맞게 살았던 노공보다 나는 더 존경스럽다. 그와 더불어서는 조곤조곤 마음의 울타리를 밀어내고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보석 같은 후회>
회색빛 조각난 시간
아파하지 말아요.
그때도 그대는
아름다웠어요.
그대의 뛰는 심장은
언제나 그 자체로
영롱한 보석이어요.
다시 운동화 끈을 매고
들판으로 나가보아요.
글/그림 Seon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