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자유와 남들 앞의 위선

- 비밀한 자유와 은밀한 행각 -

by SeonChoi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나는 얼마나 다를까? 혼자 있기에 누리는 언행이나 몸가짐의 자유를 넘어, 남들 앞에서 썼던 위선을 벗은 은밀한 행각이 있지는 않은가? 어떤 내가 참 나일까?


조선전기 세조대에서 성종 대에 이르기까지 활동한 문신 최세원(崔勢遠)은 《논어》, 《맹자》, 《중용》 등 유교 경전과 역사책을 많이 읽었으며, 이야기를 매우 잘하였다고 한다. 어느 날 그가 친구의 은밀한 행각을 놀림거리로 삼았다.


최세원이 일찍이 말하기를, “내 친구 중에 강진산ㆍ노선성ㆍ성하산은 모두 방탕스럽고 못난 사람이로되, 오직 한경신만은 절조가 있다 하여 나도 또한 당시의 성인(聖人)이라 말했더니, 이제 와서 보니 성인이 아니로다.”하였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대답하기를,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 울타리 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경신이 문 앞 추녀 끝에 앉아 있었다. 이에 어린 여종이 세숫물을 올리니까, 그가 세숫물을 움켜서 어린 여종 얼굴에 뿌리면서 희롱하는데 이것이 어찌 성인의 할 짓이겠는가.” 하였다.

듣는 사람들이 모두 배를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었다.


최세원은 ‘벗들을 좋아하고 익살맞게 말주변이 좋으며 늘 우스개 얘기를 잘해 주변을 웃게 하였다.’고 소개된 인물이다. 그의 일화 끝에는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는 말이 붙고는 한다.

말투나 억양을 들을 수는 없지만 최세원이 평소 우스갯소리로 주변을 웃겼다거나 저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포복절도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진지한 비난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하간에 절조 있는 성인으로 칭해지던 한경신은 어린 여종을 농락하는 실없는 사람으로 망신살이 뻗치고 말았다. 어느 모습이 참 한경신인가? 그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던 것일까?



혼자 있는 시간의 나,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 언행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단순한 망신을 넘어 주변 사람들이 보던 모습 뒤에 천박한 ‘갑질’이나 악성 댓글을 일삼던 행각이 밝혀진 이들도 있다. n번방 가담자(단순 소지자도 포함)처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행적이 드러나는 일도 매일 접한다.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철학자는 다른 이들이 안보는 데에서 혼자 저지르는 행각, 그게 바로 너의 참모습이라고 지적한 일이 있다. 남의 이목을 생각해 교양으로 훈련으로 포장한 껍데기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 그것이 바로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언제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튀어나올 수 있다. 만천하에 그런 모습이 공개된다는 사실이 두렵지 않은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사람, 개인적으로 신뢰하던 사람의 은밀한 행각이 드러나 하루아침에 평소의 명예가 무너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러한 각종 덫은 사방에 놓여 있다. 자칫하면 나도 걸려 넘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한경신이 남들 앞에서의 명성과 달리 혼자 있을 때 집에서 여종을 희롱했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들대로의 부끄러운 행각이 있을 수 있다.


존경하는 분이 하신 말씀이 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거 하나는 자신 있다고 말하면, 그 문제에 걸려 넘어진다고. 인간은 연약하고 완벽할 수 없으며, 자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마치 ‘절대로’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조언과도 통한다. 우리 모두는 그런 존재임을 늘 유의함이 혼자 있을 때나 남들 앞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COVID-19로 유달리 혼자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나 혼자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나 혼자만의 인격 수양의 시간으로 잘 다스려가고자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내가 가장 어려워 하는 사람, 제일 존경하는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서 늘 지켜본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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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계, 네 시계>

네 배꼽 시계는

내 생체 시계보다

늘 빠른거냐.


나의 아침 게으름을

폭로하지만 말아다오.


글/그림 Seon Choi


※ 인용문은 《용재총화》2. 한국고전번역원 DB, 권오돈, 김용국, 이지형 공역, 1971.

이 글에서는 서술의 편의상 필자가 번역문을 수정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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