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시대 좌우명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좌우명이 무엇인지?
살다 보면 큰 울림을 주는 말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데 돌아서면 잊고, 기억한다 해도 좌우명으로 삼아 실천하는 데까지는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집콕'하며 심성 수양을 중시하던 선비들의 글을 읽다 보니 <좌우명>으로 삼은 글이 많이 보였다. 선비는 기본적으로 글 짓는 학자들이었으므로, 여러 종류의 글을 지어 엮은 개인 문집이 제법 남아있다. 공적인 글에서부터 사적으로 주고받은 서신이나 시 등 다양한 작품이 담긴 문집을 읽다보니 〈좌우명〉(자리 옆에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글), 〈자경문〉(스스로를 경계하는 글)등의 글이 제법 있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유학자 중에서도 각별히 성리학자라고도 부른다. 이는 유교 사상에서도 사회적 인간관계와 개인의 수양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심화시켰기에 나온 말이다.
즉 성리학은 사회 윤리를 강조하였지만, 이와 동시에 인간 본연의 심성과 우주의 본체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 특징을 강하게 지닌다. 그러므로 인간의 심성 수양을 매우 강조하였다. 이 때문에 자경문을 액자에 써서 걸어두기도 하고, 책으로 펴내기도 하며 심성을 다스리고자 노력하였다.
존경하는 선현이나 스승의 자경문을 소개하며 자신의 자경문으로 삼기도 하였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을 지어 이를 유념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였다.
세간에도 이율곡이 16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3년 상을 치른 뒤, 20세에 강릉의 외가에서 지은 자경문은 제법 알려져 있다. 뜻을 세우라, 말을 적게 하라, 마음을 다스려라, 홀로 있을 때 언행을 조심하라, 욕심을 다스려라, 정성을 다하라, 정의로워라 등은 유명한 내용이다.
요즘은 유명 인사나 CEO의 좌우명을 모아놓은 게시물도 많이 보인다. 모두 살아가는데 요긴한 좋은 말들이다.
조선시대에도 선비들도 특히 좋아하여 많이 인용한 좌우명이 있다. 중국 후한의 유명한 문장가인 최원(77-142)이 지은 《잠명》(箴銘, 좌우명)이다.
남의 단점은 지적하지 말고, 나의 장점은 얘기하지 말라.
남에게 베푼 것은 부디 기억하지 말 것이요,
남에게 받은 것은 모쪼록 잊지 말 것이다.
우리는 자칫 거꾸로 행하기 쉬운 것들이다. 이와 같이 시작한 그의 좌우명은 이어 세상의 명예를 부러워하지 말 것을 비롯하여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하며, 자족하는 삶을 살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를 지킨다면 삶이 오래도록 저절로 꽃다운 향기가 날 것이라고 하였다.
조선 후기 학자인 조임도(1585-1664)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문인으로 꽤 명예가 있다는 평이 실린 사람이다(현종 5년 3월 6일, 그의 부고기사). 100여 년 뒤 조임도가 평생에 지은 시와 산문을 엮어 후손들이 《간송집》으로 간행하였다. 7권 4 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4권에 〈잠명-벽에 쓰다〉라는 시가 있다.
큰 바다를 나는 봉새처럼, 높이 나는 학처럼
숨어있는 표범처럼, 꼬리 감춘 거북처럼
한 방 안에서 나 혼자 이를 즐기며
세상의 온갖 일을 모두 잊자꾸나
숨어있는 표범이라 함은 표범이 그 무늬의 색채를 윤택하게 하려고 안갯속에 숨어 7일 동안 먹지도 않고 지낸다는 말이다. 덕을 지닌 현인이지만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로이 지냄을 뜻한다고 한다.
꼬리 감춘 거북은 거북이가 머리와 꼬리 및 네 발을 그 등껍질 안에 감춰 넣음을 이른다. 섣불리 재주를 내세우지 않음을 비유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읽는 이의 감상으로 크고 높은 경지를 지닌 봉황새와 학처럼 되고자 함을 느낀다. 밝고 뜨거운 등불을 찾아드는 불나방처럼 세상의 부산함을 쫒음을 접고, 자족하며 덕을 쌓고 그를 즐김이다. 후대의 선비들이 이 자경문을 인용하며 귀감으로 삼음은 그 의미가 깊기 때문이리라.
이 코로나 시대에 진정 실천하고 싶은 자경문이다. 지혜로운 선비는 일부러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며 덕을 쌓았다. 그 시절과 달리 방안에 있어도 우리의 세상은 온 매체를 통해 전 세계를 향해 열려 돌아간다. 반 강제로 가택 연금당한 것 같은 갑갑함 속에서 현자가 스스로를 경계하며 좌우명으로 삼은 이 말의 의미를 새기어 본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시간이 지나갔을 때, 이 시간을 가졌음이 보다 큰 그릇이 되는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를 소망한다.
<자경문 - 늘 동행이 있다>
문을 닫고 혼자 있어도,
저는 늘 동행이 있습니다.
글/그림 Seon Choi
※ 인용문과 그 해석의 출처는 한국고전번역원이 제공하는 한국고전종합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