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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달, 도심 위를 유영하는 감각

by 데이트베이스 Mar 27. 2025

서울 여의도 한복판, 빌딩과 공원 사이의 틈에 수직으로 솟아오른 ‘서울달’. 계류식 헬륨 열기구로 작동하는 이 구조물은,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수직으로 관통하며 도시를 조망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서울달’이 위치한 여의도공원은 여의도 면적의 약 1/12을 차지하는 22만㎡ 규모의 도심 속 대형 공원이다. 서울에서는 드물게 평지형으로 넓게 펼쳐져 있어, 마치 작게 축소된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한가운데서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여의도공원은 넓은 잔디광장과 정돈된 산책로, 인접한 수변 공간까지 갖춘 도시형 공원으로 기능적으로는 훌륭하다. 누군가 데이트 장소로 추천하면 나 역시 좋다고 말하곤 했지만, 속으로는 ‘좋은 건 알겠는데, 그냥 공원 아닌가?’ 하는 막연한 감정을 숨기곤 했다. 산책하기엔 분명 좋은 장소지만,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기엔 확신이 서지 않았고, 공원의 넓이만큼이나 체험의 밀도는 느슨하게 흩어지곤 했다.


서울달은 그 막연함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환시킨다. 체험을 기다리는 동안의 산책은 명확한 목적을 동반하며, 공원에서 머무는 시간은 단순한 여유가 아닌 기대의 리듬을 담게 된다. 열기구는 여의도공원의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떠 있는 구조로 작동한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기구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으고, “저게 뭐야?”라는 반응은 곧 기대의 감각으로 전환된다. 공원이라는 평면 구조 안에서 수직으로 솟은 이 장치는, 서울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기준점이 된다.


여의도공원의 잔디광장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기다란 대기열이 생기지 않도록 넓은 공간을 활용한 사전 예약 시스템과 완충 동선이 구축돼 있다. 기구 주변은 나무 데크와 펜스로 둘러싸여 있지만 전체 시야를 막지 않아, 멀리서도 열기구의 이착륙 과정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 낮에는 흰색 기구가 하늘과 구분되지 않아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공간 전체가 하나의 달처럼 연출된다. 접근성뿐 아니라 시각적 연출과 대기 흐름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장소다.


이 열기구는 여의도 상공 약 150m까지 수직으로 상승한다. 불특정한 방향 이동 없이 위로만 고정된 채 오르기 때문에, 주변 도시 구조의 입체적 배치와 밀도를 고스란히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사방이 열려 있는 360도 파노라마 뷰는 방향성과 시야를 해방시키며, 관람자는 시선을 주도적으로 옮기고 조율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탑승자는 한 자리에 정지해 있지만, 시야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도시는 이전보다 입체적으로 감각되며, 체험자는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기보다, 공간 속에 부유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여자친구와 함께한 서울달 상공여자친구와 함께한 서울달 상공

도심에서 하늘을 향해 열린 체험은 드물다. 특히 서울처럼 시야가 구조화된 도시에서는, 고도를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통창으로 폐쇄된 구조물 내부(전망대나 타워형 빌딩)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서울달’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탁 트인 야외, 그저 가벼운 몸과 바람만을 동반한 채 도심 위로 떠오르는 순간, 감각은 명확히 전환된다.


체험 시설은 단순하고 명확할수록 오감에 직접적으로 닿는다. ‘서울달’은 복잡한 장치 없이, 그저 고도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열리고 바람이 스치며 감각이 전환되는 경험을 만든다. 도시 위에 새로운 높이의 층위를 만들어내고, 낯선 시점에서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지름 22.5m의 열기구는 바닥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그 구조가 드러나지 않아, 시각적으로는 완전히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공중에 멈춰선 상태는 오히려 감각을 민감하게 만들고, 낯선 고도에서의 미세한 움직임은 도시의 표면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탑승자는 어느새 체험 기구의 구조를 인식하기보다, 부유하는 자신과 그 아래 펼쳐진 도시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처음 안경을 썼을 때, 시야를 가로지르던 프레임이 서서히 시야의 일부로 녹아들고, 결국엔 바라보는 대상만이 남는 것처럼.


무엇보다 이 모든 감각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매우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열기구 체험은 일반적으로 지방의 관광지에서, 높은 비용과 긴 대기 시간, 넓은 공간을 전제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달은 여의도공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 안에 배치되어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 가능하며, 도심 속에서 이질적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드문 사례다.


서울달은 단순한 액티비티가 아니다. 주변 입지와 동선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도시를 수직으로 재구성하는 감각적 장치로 작동한다. 탑승자의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감각은 계속 움직인다. 정지된 열기구 위에서, 관람자는 도시를 더 넓게, 더 입체적으로 다시 읽게 된다. 이 체험은 서울의 리듬을 한 겹 위에서 재구성하는 감각적인 일상과의 간격이다.

출처 : 서울관광재단출처 : 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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