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닿는 곳에서

12월, 하늘의 조각

by Dear Ciel
11_Turquise2.png



타임 워프- 루프- 슬립-리프
(Time Warp, Time Loop, Time Slip, Time Leap)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미래를 바꾸어 새로운 현재를 맞이한다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롭고 대중적인 인기도 있다. 아마도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과거의 선택 앞에서 머뭇거렸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이 전이되어 영화나 소설 속 인물들의 후회를 대신해 젖은 눈과 빰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작가는 천재야.”하고 혼잣말을 한다. 딱 거기까지.


아무리 상상 속의 공간이라도, 나는 시간여행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시간을 돌리기 위해 끝없는 앞 구르기나 뛰어내리기를 하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눈을 뜨며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으로 늦여름밤의 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 꿈의 공간이니, 우디 앨런에게 부탁해 설정을 조금 바꾸겠다. 1920년대 파리에서 1888년 10월의 아를. 그곳에서 두 명의 화가를 만날 예정이다.


나의 그림 실력으로는 고흐가 꿈꿨던 ‘아를의 화가들 모임’에는 참석할 수 없으니, 그가 매일 들렀다는 지누 부인의 카페에 취직한다. 통성명을 하고 '아는 사람'이 되는 것부터 시작이다. 지금껏 직장생활을 하며 다진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 빨리 친해지도록 하겠다. 자신 있다!


그리고는 그의 노란 집으로 초대를 받아 볼 생각이다. 그가 노란색을 만들어 붓끝에 묻히는 그 순가을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 본다. 진정한 Fan心은 섬세함 속에 있다. 그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영양제와 비타민들을 가지고 가서 그의 식사 때 건강을 챙겨주고, 부드러운 실로 엮은 터쿼이즈 팔찌를 전하려고 한다.


터쿼이즈는 오래전부터 ‘하늘의 돌’이라 불렸다. 사막의 유목민은 그것을 부적으로 삼아 재난을 막고, 바다의 향해자들은 파란 돌을 지니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 12월의 탄생석이기도 한 이 돌은, 겨울 하늘의 빛과 닮은 푸른색을 품고 있다.


나는 그 마음을 빌려 스케치해 본다. 지치고 흔들리는 날이면, 이 작은 돌이 중심을 잡아 주기를. 그의 붓끝이 다시 리듬을 찾을 수 있기를.


별이 빛나는 밤, 그의 창가에서 이 푸른빛이 잠깐이라도 반짝이기를 바란다. 그 빛은 그의 그림으로 위로를 받는 누군가의 응원이자, 나의 작은 기도이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지누 부인과 친해지는 일이다.

온 정성을 다해 카페에서 일하며 최고의 직원이 되어야 한다.


고갱이 노란 집에 도착하는 날, 지누 아주머니와 함께 작은 환영식을 준비하겠다. 그가 여행으로 너무 피로해하지 않는다면, 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떻게 하면 안정된 직장을 두고 화가의 길로 완벽히 올인할 수 있었는지. 큰 선택 이후, 어려운 시기를 맞을 때면 자존감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어볼 것이다.


햇살이 오늘처럼 청명한 하늘 아래 흐를 때,

고흐와 고갱이 그들 방 창문에서 만나는 풍경을 담아 작업을 하고 있는 시간이면,

천천히 그 앞을 지나갈 것이다.


운이 좋다면, 그들의 그림 속 어딘가에서 나도 파란 공기를 가로지르며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keyword
이전 10화기억을 품은 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