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에 대한 감사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by 김예훈
“전능하신 신이여, 숲 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제5번 <운명>과 제6번 <전원>은 같은 시기에 작곡된 쌍둥이와도 같은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5번 교향곡은 ‘투쟁에 대한 승리’를 그렸다면 6번 교향곡은 ‘자연의 섭리에 대한 평화와 감사’를 표현했다는 면에서 매우 대조적입니다. 이 두 교향곡은 1808년 빈 극장에서 함께 초연되었는데 6번 교향곡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 더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베토벤이 제6번 교향곡 <전원>을 완성한 1809년경에는 그의 귓병은 더욱 악화되어 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청각장애로 인해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갔습니다. 이미 청각으로 인한 삶의 고통으로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떠나 자연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베토벤은 생전에 “사람은 나를 속일 때가 있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며 삶의 고통과 불안을 자연에서 위로받곤 하였습니다. 그는 평생 산책을 즐겼는데 동이 틈과 동시에 일어나 오후 2시까지 일을 하고 저녁때까지 숲을 산책했다고 전해집니다. 어떤 날은 모두가 잠든 늦은 밤까지 산책을 이어가기도 했는데 그는 이때의 느낌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전능하신 신이여, 숲 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기서 나무들은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곳 은 얼마나 장엄합니까!”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은 이전과는 다르게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악장마다 음악에 대한 표제가 붙어있습니다. 베토벤 자신이 직접 적은 이 제목들로 인해 <전원> 교향곡을 '표제음악'의 시작으로 보기도 합니다. 표제음악이란 작곡가가 어떤 대상을 음악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말하며 그 ‘어떤 대상’은 자연이나 풍경, 또는 문학이나 사상 같은 관념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베토벤은 이 교향곡이 표제음악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우려하여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전원 교향곡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니다. 전원에서의 즐거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환기시키는 여러 가지의 감정 표현이며, 그에 곁들여서 몇 가지의 기분을 그린 것이다.”


이는 6번 교향곡이 단순히 풍경만을 묘사한 것이 아닌 감정에 대한 표현을 강조한 것이며 듣는 이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각 악장은 다음과 같은 표제를 갖고 있습니다. 제1악장은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상쾌한 기분”, 제2악장은 “시냇가의 정경”, 제3악장은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제4악장은 “폭풍우”, 제5악장은 “목가, 폭풍우 뒤의 즐겁고 감사에 넘친 기분” 특히 3,4,5악장은 연달아 연주되어 자연에서 펼쳐 치는 드라마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베를린 필하모닉 /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지휘

https://youtu.be/9ORsinmqm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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