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

베토벤 교향곡 제8번

by 김예훈
“어느 곳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고 비교할 만한 작품조차 없는
예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되어
예술가의 마음속으로 떨어져 내려온 곡이다”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교향곡 제8번은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입니다. 우선 이 교향곡은 베토벤 교향곡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립니다. 제1번 교향곡부터 쌓아 올라온 베토벤의 작곡 성향을 본다면 번호가 올라갈수록 베토벤만의 혁명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제8번 교향곡은 오히려 퇴보한 듯한 고전적 형식으로 회귀합니다. 더군다나 전작인 제7번 교향곡에서 보여준 엄청난 리듬감과 강렬한 에너지에 압도당한 후라면 그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8번 교향곡은 아담하고 소박합니다. 당시 베토벤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 귓병과 동생과의 가족문제 등으로 심신이 매우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결국 삶의 고난으로 베토벤의 창작력이 쇠퇴한 것일까요?


교향곡 제8번은 1814년 2월 27일 빈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는데 평론가와 대중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교향곡 7번이 그날 함께 연주되었는데 이것은 8번 교향곡에 대한 저평가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어버렸지요. 베토벤은 이런 반응에 매우 분노하였고 지인들에게 “8번 교향곡이 7번 교향곡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홀대받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분명 베토벤의 항변처럼 8번 교향곡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교향곡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다음에 다가올 혁신적인 교향곡 제9번 ‘합창’과 낭만주의를 여는 선구적인 작품입니다.


제1악장은 느린 서주 없이 경쾌한 3박자의 음악으로 출발합니다.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교향곡 1악장에 춤곡 풍의 3박자를 채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잦은 조바꿈과 모호한 주제 제시를 통해 음악의 추진력을 만드는 기법은 역시 베토벤다운 새로운 시도입니다.

https://youtu.be/fa6DRoxpOwg

1악장 스코어와 음악듣기

제2악장에는 통상적으로 쓰이는 느린 악장이 자리하지 않고 '알레그로토 스케르잔도' (Allegretto scherzando, 약간 빠르고 장난스럽게)의 음악이 등장하는데 규칙적으로 똑딱거리며 진행하는 목관악기의 음형은 메트로놈 소리에서 착안했다는 설이 있으며 (베토벤의 보청기를 제작해 준 사람이 메트로놈을 만든 멜첼입니다) 현악기의 순진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진행은 하이든의 따뜻한 음악적 농담을 연상케 합니다.

https://youtu.be/fa6DRoxpOwg?t=532

2악장 스코어와 음악듣기

제3악장은 제8번 교향곡을 옛 고전주의 교향곡으로 단정 짓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베토벤은 그동안 교향곡의 3악장을 차지하고 있던 (귀족들의 음악인) 미뉴에트를 (서민들의 음악인) 스케르초로 변경하고 그의 교향곡에 사용합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8번 교향곡에서는 미뉴에트를 사용하는데 우아한 3박의 리듬을 흔들어버리는 불규칙한 악센트는 오히려 과거 귀족에게 종속되어 있던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볼 수 있습니다. (제1번 교향곡 3악장도 미뉴에트라 적혀 있지만 음악적 내용은 단연코 스케르초입니다)

https://youtu.be/fa6DRoxpOwg?t=758

3악장 스코어와 음악듣기

제4악장은 베토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번뜩이는 유머가 돋보이는 악장입니다. 빠르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는 조바꿈과 음의 변칙적 진행들은 우리에게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결코 베토벤 교향곡의 품위를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https://youtu.be/fa6DRoxpOwg?t=1072

4악장 스코어와 음악듣기

베토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제8번 교향곡에 대해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어느 곳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고 비교할 만한 작품조차 없는 예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되어 예술가의 마음속으로 떨어져 내려온 곡이다”


[링크음원]
지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
연주: 베를린 필하모닉 (Berlin Philharm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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