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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뚜 Aug 24. 2021

난임 일기

#17

병원에 피검사 가기 하루 전 난 결국 궁금해서 임신테스트기를 했다. 그런데 결과는 한 줄. 내가 우려했고, 걱정했던 사실이 결과가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순간 머리가 멍했다. 앞으로 난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한 달 정도 휴약기를 가지고 시험관을 시도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 처음 임신테스트기를 했을 때 한 줄을 봤을 때보다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정도가 줄어들었다. 여전히 슬프고 아픈 일이지만, 좀 더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름 마음을 추스르고 난 후 내가 '이번 시술이 안됬을 때'를 생각하며 내가 할 일을 생각해봤다.

우선 시술을 때문에 미뤄두었던 여름휴가를 가는 것, 제주도에 가서 스쿠터를 빌려서 남편과 여행하는 상상을 하며 기분을 전환하고 그동안 언제 임신이 될지 몰라서 하지 못했던 뿌리 염색하기!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서 예약해둔 백신 접종도 하면 지금보다는 코로나가 덜 무서워지겠지! 음, 그리고 시험관을 할지 안 할지 아직 결정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아기를 포기한 건 아니니까 그전에 한의원 가서 한약 지어먹으며 임신을 할 몸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시술하느라고 약도 먹고 주사도 맞고 하면서, 몸이 예전 같지는 않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참에 다시 잘 정비하면 좋을 것 같아! 그동안 시술 때문에 못했던 야근도 해야겠다. 일이 아무래도 많이 밀려있는 느낌이니까, 앞으로 눈치 보면서 먼저 퇴근하고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당당하게 야근! 하고 수당도 더 많이 받고 좋지 뭐! 그리고 커피도 좀 마실까? 못 만났던 친구들도 좀 만나고 외출도 자제했었는데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들도 좀 가보고! 백신도 맞으니까 아무래도 덜 위험하겠지? 그리고 다이어트! 그동안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느라 불어나버린 내 몸도 이제 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방치해둘 수는 없으니까! 난 당분간은 자유야!


근데 이거 다 못해도 좋으니까, 임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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