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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뚜 Dec 04. 2021

난임 일기

#21 우리 둘

백신 2회를 모두 접종, 지역 난임부부 지원을 위한 한약 지원이 끝나갈 때쯤 나는 시험관을 결정했다. 그동안은 난임센터에 가는 것으로부터 약간의 해방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좀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체외 수정을 위한 난임부부 지원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다가왔다. 꿈을 꿨다. 나는 생리 이튿날이 되었고 산부인과에 갔다. 예약을 하고 가지 않았고 선생님의 진료시간이 아니었지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꿈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병원에 가면 항상 느끼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난포 키우는 약을 꼬박꼬박 먹고 주사도 제때 맞았는데 이번에 난자가 많이 자라지 않았으면 어쩌지? 자궁 내막이 충분히 두꺼워지지 않았으면 어쩌지? 그래서 시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쩌지? 병원에 갈 때마다 자궁 초음파를 보기 전의 그 두려움이 꿈에서 재현됐다. 나도 모르게 병원을 갈 날들이 다가오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가장 스트레스는 내가 하루하루를 너무 무의미하게 흘러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절망감이다. 하루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 더 확률이 높아진다는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조금 더 예민해지고 까칠해지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번 생각한다. 요즘 애기가 잘 안 생기는 부부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게 왜 하필 내 얘기지? 주변에 나보다 늦게 결혼한 부부들도 애기가 잘만 생긴다는데 왜 우리 부부에게는 이렇게 어려울까? 사실 내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결국 근본적인 불안함은 ‘이번에도 안 되면 어쩌지?’ 일 텐데, 왜 해보기도 전에 저런 생각부터 하는 부정적인 내 모습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나도 모르게 지하철에서 노래를 듣다가도 길 가다가 도 눈물이, 그리고 기도할 때도 예배할 때도 사연 있는 여자처럼(사연이 없지 않지만) 눈물이 난다.


사실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남편은 천하태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과 길을 가면서 얘기를 하는데 ‘지인 중에 애가 3명인 집이 있는데 최근에 한 명 더 낳아서 4명이 됐대’라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들으면서 ‘와 나는 왜 한 명도 못 낳고 이러고 있지?’라는 말을 들은 남편은 그거 지금 자기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며 기분 나빠했다. 사실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의도 없이 그냥 무조건 반사처럼 나온 말인데 거기에 상처를 받을 줄 몰랐고, 나만 아니라 이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신경 쓰고 있었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였다. 요즘 우리 사이가 서로 아픈 일을 겪으며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괜찮아지고 싶지만 괜찮아지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아직도 스트레스 상황에 있고, 머리도 아프다. 그래도 혼자가 아님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힘내자 짝꿍! 어차피 둘 중 하나겠지! 애기가 생기거나 아니면 우리가 포기하거나! (그래도 생기는 쪽이었으면 좋겠지?) 그래도 하나 발전 사항이 있다면 원래 시험관을 결정 못하고 있었는데 용기를 내서 결정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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