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스위스가 그립다
(부제: 나, 돌아갈래!)

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by 켈리황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여전히 스위스가 그립다 (부제: 나 돌아갈래!)


한국으로 돌아온 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첫째, 우선 모든 게 너무 빨랐다. 사람도 너무 많았다. 출퇴근으로 한 시간씩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한적한 스위스가 너무 그리웠다. 상쾌한 공기와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보며 5분이면 회사에 도착했는데, 한국은 모든 게너무 많았다. 스위스에서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을 최적의 몸상태로 혼자 걷는 느낌이었다면, 한국에 오니 시끄러운 모터가 하루 종일 돌아가는 공장에서 대입 시험을 치는 느낌이었다.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렇게 클 수 있구나 싶었다.


둘째, 사람들이 내게 관심이 너무 많았다. 옷은 어떻게 입더라, 성격은 어떻더라, 집은 어디더라 등등. 스위스와 미국은 일과 사생활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어, 개인사를 별로 궁금해하지도 묻지도 않는데, 한국에 오니 내 사생활에 관심이 너무 많았다. 결혼은 왜 안 했냐? 집은 왜 더 좋은 데로 안 갔냐?


셋째, 밤마다 회의를 해야 했다. 글로벌 미팅이 그렇게 많았다. 일주일에 3, 4일, 어떤 날은 금요일도 밤에 회의를 했다. 새벽 1시에 회의를 해도 다음날 늦어도 오전 9시까지 출근해야 했다. 한국 사무실은 재택도, 유연근무도 없었기에 9시까지 회사에 와야 했다.


넷째, 내게 보고하는 중국 (Greater China), 인도 (India Subcontinents), 일본 (Japan/Korea), 싱가포르 (Southeast Asia) 영업 매니저들이 나를 무시했다. 모두 사오십대인 그들은 30대 후반인 내가 어리고, 영업도 제대로 안 해 봤다고 대놓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두 단계 승진을 약속했던 잭은 더 기다리라고 했다. 두 단계가 아닌 한 단계 승진도 안 됐다.


여러 환경이 변하니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매일 피곤했고 머리는 멍했다. 좋은 생각이 나올 리가 없었다. 피로가 계속 쌓이니 밤에 하는 글로벌 회의에서도 꿀 먹은 벙어리였다.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내가 왜 돌아왔을까? 그 좋은 환경에서 왜 여기로 왔을까?


돌아가고 싶었지만, 포기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건강은 점점 나빠져갔다.

Chaos.jpg Sergey Katyshki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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