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by 노엘

주차장 자동 셔터가 또 고장 났다. 2년 동안 살면서 벌써 서너 번째의 고장이다. 자잘한 것 까지 합치면 아마 열 번은 족히 될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외관으로 보면 신축한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중간에 한차례 리모델링을 거쳐서 30년이 지난 건물 치고는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설비 쪽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종종 일으키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건 단연코 주차장의 셔터다. 내가 쓰는 구역은 4대의 차량이 동시에 사용을 하기 때문에 사용빈도가 가장 많기도 해서 유난히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이 문이 올라가고 내려갈 때 텐션을 유지해주던 고장력 스프링이 끊어졌다. 이미 반년 전쯤에 노후되어 끊어진 한쪽을 교체했는데 함께 교체하지 않고 그냥 두었던 게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또 돈이 드는 일만 늘었구나, 하고 한탄할 틈도 없이 당장 차를 꺼낼 수가 없어서 수영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발견한 게 나인 것 같아서 이전에 수리에 관한 일을 진행해줬던 윗집 세대에 연락을 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식으로 연락을 했더니 무뚝뚝하게 수리점 명함을 보내왔다. 이건 아무래도 직접 처리하라는 신호 같아서 조금 서운하고 귀찮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당장 차를 사용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결국 직접 진행했고, 다른 세대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비용을 나누어 입금하도록 했다. 다행히도 수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정리가 되었고, 생활도 정상화됐다.


그러고 나서는 처음에 연락을 했던 세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실례지만 혹시 사진작가나 영화 쪽 일하시나요??"


"네 사진작가입니다. 상업사진 하고 있습니다."


짧게 형식적으로 답을 했고, "이웃인데 오래 살아도 다들 인사만 하고 잘 모르네요. 저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혼자 자취를 10년을 넘게 하면서도 이웃의 관계라든가 그런 것에 신경을 썼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남자가 사는지 여자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싶기도 했고, 일처리에서 무언가 잘못을 한 건 아닌지, 신종 사기 같은 것인지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아무튼 경계심이 많은 나로선 처음 겪는 일이라 얼마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전에 같은 건물에 오래 살던 분이 이사 가면서 이웃들과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못 맺고 떠나면서 아쉬워하시던 모습도 생각나고, 나서서 문을 고쳐 준 것에 고맙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러면서 언제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하자는 제안이 왔다. 으레 있는 인사치레겠거니 해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그날 오후에 혹시 오늘은 어떠냐는 메시지가 다시 날아왔다. 정말? 하고 물론 속으로 놀랐지만,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고 거절할 만한 구실도 없어서 수상하고 이상한 기분이 가득했지만 결국 집에 돌아와 주차를 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남자는 결혼을 해서 둘의 자녀를 두고 이 집에서 12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나보다는 9살 연상이었는데, 어느 쪽으로 보아도 그 정도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놀랍게도 건축을 전공한 뒤에 지금은 IT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도 건축을 전공했지만 사진을 하고 있다는 말에 왠지 모를 동지 의식(?) 같은 것이 생겨서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을 하게 됐는데, 처음에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일에서부터 결혼에 관한 사건이나 사실은 취미로 사진을 했다라든가, 그러한 여러 가지 일들까지 듣게 되었다. 기묘한 일이었다. 이중 주차가 되어 있을 때 잠깐씩 차를 빼러 갈 때의 부스스한 몰골로만 보는 일이 많았던 이름도 모르던 이웃과 이렇게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고 있는 순간이 왠지 정겹기도, 반갑기도 했다.


가볍게 하자던 시간이 제법 늦은 밤까지 이어졌고, 다음을 기약하며 2층과 4층으로 헤어졌다. 여담이지만 다음날 출근하면서 4층 이웃의 아내분과 마주쳤는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송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소처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갔지만 지난밤 무언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을 거라는 사실에 부끄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이웃이 생긴다는 건 어딘가 신기하기도 기쁘기도, 기묘하기도 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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