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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25. 2023

가을의 도쿄

어느새 서울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 늘 그랬듯이 호텔은 특별히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서 머물렀다. 도쿄의 가을은 아직 따뜻해서 해가 드는 곳에 서면 햇살이 따갑게 느껴졌다. 그 자리에 그늘이 지거나 밤이 되면 제법 가을다운 냄새가 났다.


한국에서도 잘 가지 않던 상영관에 가서 오랜만에 영화를 봤고,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놀랍게도 쭉 술이 없는 일정을 보냈다.


한 정거장 떨어진 진보쵸와 이이다바시, 호텔 옆에 붙은 작은 유원지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보냈다. 유원지 쪽에 자주 가게 된 건 단순히 식당가가 있어서였는데, 호기심에 탄 관람차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냉방이 가동하고 있었다. 해 질 무렵의 도시는 그리울 만큼 아름다웠고,  맞은 편에 앉은 카나는 내가 모르던 사람처럼 많이 웃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감사할 만큼 큰 용기를 얻었다. 따뜻해진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곳에서 다른 모습과 마음을 한 스스로를 발견했다. 돌아가는 게 서운하지만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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