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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우리 Apr 26. 2022

엄마라는 세상

고통 총량의 법칙

나의 학창시절은

팥을 가득 올린 팥빙수와

얼음 동동 떠있는 달콤한 미숫가루 그리고

새콤달콤 귤이 떠오른다. 


햇빛이 쨍쨍한 뜨거운 여름 날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는 길.

깔깔 거리며 이야기도 하고, 

아폴로, 쫀드기, 피카추돈까스로 허기도 달랬다.


뜨거운 날씨에 보답하듯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도착하면

"어으~ 땀봐라~

언능 씻구와~" 

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물로 더위를 누르고

찐 분홍 바탕에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

꽃이 흩뿌려진 야들야들한 원피스를 입었다. 


그 야들야들한 시장표 원피스는

몸에 감기지도 않고

바람이 술렁술렁 통과하기에

한 여름에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씻을 동안 엄마는

팥이 한가득 들어 있는 달콤한 팥빙수를 해놓으셨다. 

숟가락으로 얼음과 팥빙수를 서걱서걱 섞어 한입 가득 넣었다. 

뒷통수가 짜릿한 얼음의 시원함과

입안가득 몽글몽글 돌아다니는 달콤한 팥이 기분을 좋게 했다. 


어떤날은 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달달한 미숫가루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어느 날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이

새콤달콤 감귤이 나를 기다렸다.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는 늘 나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셨다.


엄마의 이런 사랑은

어린 나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늘 우리 집처럼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그것들이 나에게 조금이나마 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막아 주셨다. 


어린 나는 그게 인생이라 생각했다.

내 뜻대로 다 되는 것, 

쉽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

엄마가 버티고 서서 모든 것 다 막아주는 것.


어렸던 나에겐

엄마가 곧 내 삶이자 내 세상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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