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너머의 그 마음을 헤아립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 이거 꼭 해야 할까요?”입니다. 대답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질문 속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학생도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용기 내서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매우 정중한 형태로 “이거 진짜 하기 싫어요.”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운동 꼭 해야 할까요?”라는 물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답을 구하는 질문은 아닌 듯합니다. 이렇게 묻는 사람의 속내를 제가 한번 맞춰보겠습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해요. 그런데 안 하면 안 될까요?” 내지는 “운동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운동할 만큼 여유가 없어요.”라고 들리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운동 꼭 해야 할까요?”라는 말은 “운동하기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하기 싫어요,”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맞을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운동을 외면할 핑곗거리를 찾기도 합니다.
“운동할 몸이 아니에요.”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운동할 돈이 없어요.”
“운동할 친구가 없어요.”
정말로 운동할 몸이 아니면, 시간이 없다면, 돈이 없다면, 친구가 없다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까요?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살아가야 합니다. 공부머리가 없어도 공부해야 되고, 시간을 쪼개 아픈 가족을 돌봅니다. 돈이 없을수록 미래를 위해 저금해야 하고, 친구가 없는 외로움도 잘 견뎌내야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운동 꼭 해야 할까요?”라는 물음에 정해진 대답은 한 가지 뿐입니다. “네 운동하기 힘든 건 이해해요. 모든 가치 있는 일들이 힘든 것 처럼. 그런데 인생은 꼭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일들을 슬기롭게 실천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운동은 꼭 해야 합니다.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봅시다!”
표지그림 조민채(경인교대부설초등학교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