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제가 푹 빠진 운동은 배드민턴입니다. 라켓 잡은 지 6개월 만에 첫 출전하였고 평균 한 달에 한번 이상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였습니다. 대회라는 실전에서 최소 150회 이상의 게임을 치루고, 200회 이상의 다른 선수들의 게임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보았습니다. 350회의 경기 중 기억에 남는 베스트 게임이 있으신가요? 라고 묻는 다면 선수들이 울어버린 초등부 경기를 꼽겠습니다. 그 선수들은 저도 울렸습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25점 단세트로 듀스없이 게임이 종료됩니다. 스코어가 24대 24가 되어 버리면, 보는 사람도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긴장합니다. 그 마지막 일점을 누가 먼저 따내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연습 게임만 하다가 큰 대회에서 처음 뛰어보는 선수들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까요. 아장 아장 걷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그 선수들은 자기 키 만한 라켓을 들고 단식 게임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한 점을 따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배드민턴 코트를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스코어는 21대 21일. 너무나 자그마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코치, 부모, 관중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스코어는 23대 21일 되었습니다. 그런데 21점인 선수가 이제 이 게임에서 지겠구나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울어서 경기 진행이 되지 않아 코치는 타임아웃을 요청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라는 소리가 응원석에서 들려왔지만, 패배할 것이라는 불안에 휩싸인 어린 선수는 울기 바빴습니다. 간신히 달래서 경기는 재개되었지만, 결국 경기에서 패한 선수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긴 선수도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이긴 것이 미안하고 친구가 우는 모습을 보니 속상한 친구의 모습에 공감이 되었던 것입니다. 서로 얼싸안고 울며 경기는 마무리 되었고, 주책맞게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기를 지켜보며, 저를 많은 반성했습니다. 여자라서 근력이 없어서 라켓이 저에게 무겁다는 생각을 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키가 작아서 스매싱 때리기 불리하다고 불평했던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리가 짧아서 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선수들처럼 제대로 풋워크 연습을 하지 않은 제 탓임을 깨닫습니다. 왜 코치님이 “지애 누님, 불평하지 마시고 초등부 경기 한번 보고 오세요.”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늘 배드민턴 치며 ‘난 배드민턴 칠 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게임에서 진 이유를 몸으로 돌렸던 저의 어리석음을 크게 꾸짖어준 어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이후 많은 대회에서 한 쪽 팔이 없이 출전하는 선수들, 그리고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보면 ‘운동할 몸이 아니에요’라는 소리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언급한 위의 사례는 운동을 좋아하고 그 만큼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본인의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일까요? “저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요.”혹은 “저는 운동신경이 전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경우이겠지요. 먼저 저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혹은 운동할 만큼 체력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움직이면 숨이 차는 게 당연합니다. 운동할 체력은 운동을 해야 길러집니다. 움직일 몸이 아니라서 운동할 체력이 아니라서 움직이지 않으면 몸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움직일 몸이 아나리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테블릿과 피씨,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도 좀비처럼 지내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청년층이 티비 시청이나 컴퓨터 등 앉아서 하는 활동으로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평균 8시간이나 된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7년 보고에 따르면 신체활동이 부족한 청년의 비율이 세계적으로 80퍼센트가 넘는다고 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건강과 운동에 관한 논의 중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이 이런 신체활동이 현저히 감소된 비활동적인 삶입니다. “sedentary life style”이 비만의 주범이고, 건강하지 못한 삶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연구들이 넘쳐납니다. sedentary(앉아서 하는, 좌식의)의 어원인 라틴어 ‘sedere’는 말 그대로 앉아 있다는 뜻입니다. “앉아 있는 게 모 어때서? 그게 무슨 그렇게 해가 된다고?”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과학의 진보가 불러온 재앙에 가까운 건강 위험 요소입니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흡연하는 것과 같거나 그 보다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 박사는 “sedentary life style이 에이즈(HIV)보다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며 낙하산을 타는 것보다도 위태롭습니다. 지금 우리는 앉아서 죽어가고 있어요. 신체적 측면에서 보면 비활동적인 시간이 늘어날수록, 암, 심장질환, 당뇨 비만의 위험이 높아진지게 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운동하지 않고 앉아만 있겠다는 것은 앉아서 죽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을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젊은 시절에 비활동적인 시간이 많아지면 훗날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릴 때 많이 움직이면 더 오래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운동할 때, 심장도 함께 운동하고 튼튼해집니다. 몸의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소를 뿜어 전달하는 엔진의 성능이 함께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100년 동안 사용해야 할 엔진의 길이 잘 들여진 것과 같습니다. 움직여서 우리가 숨 찰 때, 심장은 열심히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운동할 몸이 아니더라도 살기 위해서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했을 겁니다. 그런데 운동하고 싶은데 “저는 운동 신경이 전혀 없어요.”라고 볼 맨 소리를 분들의 차례입니다. “운동 신경이 있으면, 운동을 잘 할 텐데, 저는 그게 없어서 못해요.”라는 소리입니다. 운동 신경이 생기면 그리고 그 운동신경이 많아지게 되면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그러면 운동신경은 어떻게 생기고 언제 많아질까요? 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운동할 때 생깁니다. 인간의 신체는 뇌의 명령에 따릅니다. 운동신경, 공부머리, 공간지각능력, 언어능력, 감각, 기억 등은 뇌의 기능을 일컫는 말입니다.
뇌는 두 종류의 신경세포, 뉴런과 신경아교세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둘이 힘을 합쳐 다양한 정신적 과정들과 감성을 제어하게 됩니다. 뉴런은 대뇌피질에 천억 개쯤 분포되어 있습니다. 뉴런은 회색세포라 불리며, 뇌 부피의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뇌피질 속 백색질에 있는 것이 신경아교세포입니다. 신경아교세포는 뉴런을 적극적으로 돕고 뇌의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합니다. 뉴런에 포도당을 공급하고, 뇌혈관을 촘촘하게 밀폐해 병원체가 상처를 통해 뇌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도 합니다. 신경아교세포로부터 포도당을 공급받은 뉴런은 무슨 일을 할까요? 천억 개나 되는 뉴런이 제대로 소통하고 발달되지 않으면, 우리의 몸은 하드웨어만 있는 컴퓨터의 상태가 됩니다.
뉴런에는 축삭돌기와 수상돌기가 있습니다. 수상돌기를 통해 자극과 정보를 수용하고 축삭돌기를 통해 정보를 외부로 전달합니다. 천억 개의 뉴런과 뉴런 사이를 우리는 시냅스라고 부릅니다. 시냅스를 통해 천억 개의 뉴런들의 잘 소통할 때 뇌가 건강한 상태고 우리의 지식과 능력이 성장하는 때입니다. 뉴런은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 즉 수상돌기를 통해 정보를 더 자주받고, 축삭돌기를 통해 정보를 자주 내보낼수록 그 돌기들은 더 촘촘해지시고 단단해지고 길어지고 뿐만 아니라 시냅스의 수도 불어납니다. 뉴런이 일하지 않으면 돌기와 시냅스는 쪼그라들고 뉴런 간 소통도 잘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물건의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어떤 일에 둔해지는 경우가 이런 경우입니다. 그 부분의 네트워크가 끊긴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줄넘기를 하고 자전거를 연습하면, 운동, 신체 조정력, 감각을 담당하는 뉴런들이 더 자주 소통하여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운동 신경은 운동을 해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운동신경이 없다면 더 자주 몸을 움직이면 됩니다. 몸을 움직일수록 운동신경은 늘어나고 움직임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움직임의 선순환? 더 정확히 이야기해서 운동의 선순환입니다. 사실 운동을 하면 운동에 관계된 뉴런뿐 아니라 뇌의 모든 뉴런이 활성화 된다는 것입니다. 주의력, 결정력, 계획, 평가, 말하기, 연상, 충동조절, 운동, 육체적 감각, 언어이해, 시각, 기억, 신체 조정력 등 뇌의 전 영역이 활성화 됩니다. 뉴런 돌기의 숫자들이 증가하고 길어지며 튼튼해지고 시냅스의 수도 불어나서 뇌의 기능이 좋아지는 것과 더불어 그에 따른 신체적 능력 정신적 능력도 정서적 태도도 좋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의 모든 지식과 능력이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회색 세포를 깨워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뉴런을 우리는 회색 세포라고 부른다고 언급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회색세포는 쭈그려 잠든상태가 됩니다. 회색 세포는 운동할 때 깨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깨어난 회색 세포를 통해 우리는 더 행복한 사람을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운동의 선순환입니다. 운동을 하면 똑똑하고 튼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운동 신경이 없다는 것은 나의 운동 신경을 관장하는 뉴런이 잠든 상태이거나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다양한 움직임과 신체활동 및 운동으로 뉴런을 깨워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몸과 정신은 하나이다라는 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운동하지 않아서 운동 못하는 몸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서서히 명을 재촉하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 되는 것입니다. 달리면 숨이 찹니다. 심장과 폐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심폐지구력이 상승하게 됩니다. 달리면 뇌 속의 뉴런도 부지런히 운동신경 네트워크를 구축합니다. 달리면 달릴 몸이 되는 것입니다. 달릴 몸이 되면 다른 모든 기능들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더 잘 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1분만 달려보세요! 숨이 차다면,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제대로.
그래도 운동할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든 분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래서 당신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황산과 정약용의 일화로 첫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황산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황산보다 우리는 그의 스승인 정약용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워낙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이자 문학가입니다. 22살에 관직에 입문하여 정조와 함께 많은 업적을 남기고, 정조가 죽고 신유박해 와중에 전라남도 강진에 유배됩니다. 나이 40에 강진에 유배되어 18년동안 <목민심서>, <흠흠심서>, <경세유표>와 같은 불후의 걸작을 저술하게 됩니다. 나이 40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내와 자식도 볼 수 없는 적막한 유배지에서 15살 더벅머리 소년 황산을 만나게 됩니다. 다산 초당의 수많은 제자들이 결국은 스승과 등을 돌리지만, 그 더벅머리 소년은 스승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진정한 제자였습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스승 정약용의 ‘삼근계(三勤戒)’를 평생 마음에 담고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시골 촌부로 입에 풀칠하는 연명하는 삶이 아닌 부지런히 읽고 쓰고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빛나게 가꾸는 사람으로서 자아실현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이 부족함을 고백한 제자에게 "공부는 꼭 너 같은 아이가 해야 한다. 둔하다고 했지? 둔탁한 끝으로는 구멍을 뚫기 쉽지 않지만, 계속 들이파면 구멍이 뚫리게 되지. 앞뒤가 꼭 막혔다고? 여름 장마철 봇물을 보렴, 막힌 물은 답답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를 빙빙 돈다, 그러다가 농부가 삽을 들어 막힌 봇물을 터뜨리면 그 성대한 흐름을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단다. 답답하다고 했지? 그럴수록 꾸준히 연마하면 나중에는 울퉁불퉁하던 것이 반질반질해져서 마침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면서 둔하고 융통성이 없고 답답한 아이를 훌륭한 시인으로 키워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