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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애 Jan 13. 2023

잘 치는 여자가 잘 산다.

미치도록 OO고 싶다! 두번째 이야기

사실 미치도록 이기고 싶다는 것은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졌을 때, 실패했을 때 고통은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이겼을 때의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더 큰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정도의 기쁨이나 슬픔에 맞딱드릴 때 인간은 슬픔과 같은 고통에 더 힘들어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기쁨이나 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고통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나약하고 어리석으며 쉽게 상처받는 인간에게 꼭 필요합니다. 성장과 성숙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도전은 실패와 짝을 이뤄 성공이라는 변주곡을 완성해 간다는 사실을.  


보편적으로 인간은 고통을 느끼면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불안을 느끼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나 장소 상황 등을 회피합니다. 배드민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또다시 지지 않기 위해 레슨도 받고, 상대도 분석하고 나의 장단점도 파악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진리를 부여잡고. 그런데 아무리 부여잡아도 연패가 계속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공포가 나와 늘 상주하면 많은 부분이 생활 불안으로 바뀌게 됩니다. 불안이 크면 아예 시합이나 대회는 담을 쌓고 지내는 분들도 이있습니다. 쓰잘데기 없는 불안으로 자신의 행복을 갉아 먹고 싶지 않으니까요.     


“난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말에 불안을 감추며 회피라는 전략을 펼쳐내지요. 우리는 배드민턴 뿐아니라 삶의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런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사실 그것은 죄도 아니고, 때로는 효율적으로도 보입니다. 손자병법의 마지막 계책인 36계에서도 여의치 않으면 도망치라고 말했으니까요. 아무리 포장을 그럴싸하게 해도 비겁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어보이는 그런 말에 이제는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습니다.


미치도록 이기고 싶다면 그렇게 숨어지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기고 싶다면, 성공하려면 도전이라는 화두를 품고 노력해야 함을 알기에, 우리의 동기를 자극하는 무수한 자기계발서가 쏟아집니다. 승리하고 성공하기 위한 묘약으로 과대광고를 하는 그런 책들을 읽으면, 편하고 싶은 마음에 참 피곤해집니다.      


스포츠에 과학을 접목하는 일 역시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스포츠 심리학, 멘탈코칭 등의 분야에서 무수한 스킬과 전략을 시도하고 증명하는 이유도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실험을 통해 입증된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낱낱의 스킬과 전략을 여기서 쓰는 것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기적적으로 그런 모든 스킬과 전략을 숙지한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매번 이길 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용대도 매번 못 이긴다는 걸 잘 알면서, 칠 때마다 이기길 바라는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어 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타자도 타율이 3할대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어릴 때부터 죽기살기로 운동에 매달린 프로도 10번 쳐서 3번 성공하면 잘하는 것인데, 아마추어가 10번 시도해서 한번이라도 성공하면 대단한 일임을 우리는 잊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백전백승의 이기는 방법에 목을 맵니다. 절대 지고 싶지 않기에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없는 걸까를 늘 찾아 헤메임입니다. 애석하게도 제가 아는 한 매번 쳐서 매번 이기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기는 방법을 찾기 위해 미친 듯 읽었지만, 언제나 이길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처럼 한동안 내가 뻘짓했구나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꼭 이긴다’라는 말없었지만, ‘이기려면~~’, ‘승리하고 싶다면~~’이라는 조건을 내세운 말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았거든요. 그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기려면 져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한두번 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이지라고? 진거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나도 많이 졌는데?' 이게 무슨소리야? 배드민턴을 치며 저도 많이 지고, 여러분도 많이 졌습니다. 배드민턴뿐이겠습니까?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져 본, 망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봅니다. 그런데 많이 지고 많이 망한 사람들이 반드시 이기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럼 많이 진 사람 중에 어떤 사람들이 이기는 걸까요? ‘지는 것에 절대 지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을 제대로 읽고 계신 겁니다. 이기려면 반드시 많이 져야만 하고, 지는 것에 절대 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져도 잘 져야 이길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기려면 잘 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는 것에 절대지지 않는 잘 지는 방법? 그런 게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있긴 있더라구요. 그것이 궁금하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즐겨야 한다’라는 그런 뻔한 말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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