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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Nov 12. 2024

토스, 정말 미국 가면 기업가치가 높아지나요

어쩌면 밸류에이션은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토스의 미국 상장 추진 소식


지난 10월 29일 토스(Toss)의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이 국내 여러 언론사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다수의 국내 주간사를 선정하여 상장 검토를 진행하던 상황이었지만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가 결정되자 곧바로 전해진 이번 소식은 발표된 시점도 미묘하다는 반응입니다.



이미 회사 측에서도 한국보다 미국 증시에서 먼저 기업공개 절차를 밟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지만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현재의 계획을 확인하였습니다. 해외 투자 기관과 NDR (Non-Deal Roadshow)을 진행해 본 후 핀테크 기업에 대한 온도 차이를 경험한 것 또한 계획을 변경하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핀테크 기업, 좁게는 인터넷 은행에 대한 국내 투심이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1호 상장 기업인 카카오뱅크는 꾸준한 실적 상승에도 불구, 주가는 연초 대비 전혀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핀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누홀딩스 (NYSE:NU)와 로빈후드 (Nasdaq:HOOD)의 주가가 연초 대비 각각 74%와 94% 상승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토스의 적정 기업가치는?


다만 토스가 지금 당장 미국에 상장하더라도 10 - 20조 원 기업가치를 거뜬히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주를 평가하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벤치마크로 삼을 비교 기업이 많은 만큼 그만큼 기업가치 왜곡의 가능성도 낮은 것입니다.


미국 증시에서 시총 10조 원이 넘는 핀테크 기업은 10곳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 토스와 사업 유사성이 낮은 코인베이스 (가상자산 거래), 어펌 (BNPL), Bill.com (B2B SaaS) 세 곳을 제외하고 은행, 증권, 결제 중심으로 비교 기업을 뽑아보면 페이팔 (PayPal), 블록 (Block), 누홀딩스 (NuHoldings), 토스트 (Toast), 로빈후드 (Robinhood), 소파이 (SoFi) 등 6개 기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누홀딩스는 남미의 핀테크 맹주라는 점에서, 토스트와 로빈후드는 최근 토스가 주력하는 토스플레이스와 토스증권의 비교 기업이란 점에서 향후 토스가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면 눈여겨봐야 할 기업들입니다.


미국의 대표 핀테크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및 매출 규모 비교



고성장 핀테크 기업이 받는 프리미엄은 일반적으로 매출 대비 시가총액을 의미하는 P/S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연간 5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누홀딩스는 7.1배, 34%의 성장률을 기록한 소파이는 관련 지표가 4.8배입니다.


핀테크 전문 벤처캐피탈인 F-Prime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핀테크 벤치마크 지수에서도 고성장 기업의 매출 대비 시가총액 지표는 3 - 6배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으로 간다고 해서 갑자기 매출의 10배 20배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F-Prime 핀테크 PSR (시가총액/최근 12개월 매출) 지표 추이


토스의 2024년 2분기 매출의 연간 성장률이 36%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토스가 미국 시장에 상장할 경우 매출의 4배 정도가 적정 기업가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약 7조 원 수준인 것이죠. 물론 현재의 성장세를 감안해 2 - 3년 후 매출을 가정해보면 유사한 시장 상황에서도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는 충분히 노려볼만 합니다.


핀테크 기업의 성장성 - 기업가치 매핑 분석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뱅크도 해당 성장률 - 밸류에이션 분석을 기준으로는 정확하게 공정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시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핀테크 기업이 저평가 받는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토스의 미국행은 단순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넘어 여러가지 고민이 담긴 행보로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역시 답은 미국?


단순히 기업가치가 미국 상장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뉴스레터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하였지만 아무리 국내 유니콘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시장에서만 있다가 갑자기 미국 시장에 나타나 상장을 하겠다고 하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라는 인상만 심어줄 뿐입니다. 회계 처리와 내부 통제가 글로벌 기준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봐야 합니다. 국내 법인이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면 구조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그럼에도 모든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미국 상장 여부를 재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토스는 국내 유니콘 기업 중 보기 드물게 미국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적자 상장은 여전히 미국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대비 토스가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기업은 이미 흑자를 달성하고 일반적인 IPO 절차에 따라 상장 기업이 된 반면 토스는 여전히 적자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적자 단계의 테크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단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Path to Profitability입니다. 지금 당장의 흑자 여부보다 성장을 통해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상장 6개월 이후 시점에 회사 역사상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레딧 - 기업가치는 공모가 대비 3배 상승


미국 증시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적자 단계에서 상장 후 1 - 2년 내 흑자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쿠팡도 정확히 해당 공식을 따랐었죠. 2021년 3월 상장 후 2022년 3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것입니다.


토스는 올해 2분기 들어 규모의 성장이 가져오는 수익성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성장 기업의 루트를 타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흑자 전환에 최소 2 - 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토스 입장에서는 미국 상장의 매력도가 훨씬 높은 것입니다. 



2️⃣ 토스는 글로벌 탑티어 '컨슈머 핀테크' 기업


토스의 성장 지표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컨슈머' 사업의 성장 속도입니다. 토스는 사업 보고서에서 매출을 크게 은행, 증권, 중개 중심의 '컨슈머' 사업과 PG 중심의 '머천트'로 구분하는데, 실적을 기준으로 성장을 견인하는 사업은 여전히 '컨슈머' 분야입니다.


토스의 사업 부문별 매출 추이


컨슈머 관련 사업의 매출 성장률은 2024년 2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인데 이는 미국의 네오뱅크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최상위 지표입니다. NDR에서 가장 중요한 '에쿼티 스토리'의 중심이 될 독보적인 성과인 셈이죠.


미국 투자자들은 이미 쿠팡의 성공 사례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 증명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100조 원의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시장이 크냐 작냐가 아닌, 한국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며 성장하고 있느냐는 것이죠. 특히 컬리나 우아한형제들은 쿠팡 대비 경쟁력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영역에 있지만 토스는 쿠팡과는 전혀 다른 '금융'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제2의 쿠팡이라는 포지셔닝도 가능해 보입니다. 



3️⃣ 토스는 주주 구성 기준 이미 글로벌 기업


토스는 국내에 법인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특별합니다. 어떤 형태의 상장이 될지는 모르지만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미국 상장을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토스의 라운드 별 주요 투자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주주 명부 기준 해외 기관의 주식 보유 비중이 73%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기관 및 펀드 중 우리벤처투자의 비중이 컸지만 얼마 전 진행된 블록딜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분이 해외 기관들에 넘어가며 오히려 이들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 모습입니다. 국내 법인의 직상장 또는 ADR 형태의 상장 단계에서 거론되는 과세 이슈는 따져봐야겠지만 대부분의 해외 투자자들은 오히려 미국 상장이 과세 측면에서도 유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토스를 비판하기 전, 국장 탈출 현상부터 반성해야


미국 상장 시 상장 유지 비용이 걸림돌로 거론되지만 토스 정도 규모의 조직이라면 얼마든지 조직의 역량과 리소스를 통해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국내 법인이기 때문에 직상장에 따른 과세 이슈 또는 ADR 상장에 따른 주목도 등 고려할 요소들이 있지만 최고의 역량을 가진 뱅커와 변호사, 국제 세무 전문가가 얼마든지 창의적인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절대적인 걸림돌은 아닌 것입니다.


결국은 미국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만한 '에쿼티 스토리'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토스는 '한 번 해볼 만한' 게임이란 판단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닌, 2 - 3년 후의 성장성과 기업가치입니다. 토스는 현재의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때 분명 미국 상장의 매력도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국내 상장은 '고평가'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란 점을 간파했을 것입니다. 

글로벌 핀테크 유니버스


토스의 미국 상장을 두고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 해외로 간다며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본질을 놓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 상장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외화 유입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증시의 현주소입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장'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탈출'해야할 곳이 되어버린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실적 없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거품성, 사기성 상장은 용인하면서, 조단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적자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에는 각종 규제의 문턱을 세우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유망 기업들이 토스의 뒤를 따를 것입니다.





본 글은 테크 뉴스의 행간을 읽어주는 주간 비즈니스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0월 1주 차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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