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와 50대는 첫 째가 태어난 것. 첫 아이를 안은 것. 첫 손주를 본 것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문득 떠올려보니
첫 아이를 내 목숨과 바꾸어 낳고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의료진들이 뛰어 들어오고
주렁주렁 맺혔던 그 수혈 주머니들이 떠오른다.
가족분만실에 있었던 남편은
밖에서 장모님과 함께 기도하고 눈물 흘리고...
그때는 낳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낳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한 것 같다.
진심으로. 옛날에 태어났으면 나는 신발 돌려놓고 애 낳으러 갔던 그분들처럼
그렇게 신을 다시 신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감사하고 감사하다.
모든 게 처음이던 아이.
너무나 작고 소중해서 내 모든 것 하나하나를 주어도 아깝지 않던 아이.
벌써 커서 사춘기 중학생이라니.
스스로 하고픈 것도 많고
친구도 소중하고
자기 생각도 커지고
이제 스스로의 날개를 달아가는 너를 조금씩 인정하고 조금 더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자신이 계획하고 포부를 말하는데
마당을 나옴 암탉에서 처럼
왜 나는 날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말처럼 너의 당당한 포부가 참으로 멋지다. 그리고 내가 가지 않은 길이라 조금은 겁이 난단다. 이런 내 마음을 너는 알까?
엄마는 그 순간을 위해, 너와 스터디 카페를 다니기로 결심했단다.
나는 글을 쓰고
너는 공부를 하고
우리 둘이 가지는 시간들.
공부가 안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글이 써지면 써지는 대로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우리 그렇게 함께 해보자.
너는 이제 스스로 해야 되는 나이니까.
아이가 둘이 있으면 둘째는 그저 막둥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막내.
대부분의 막내가 그렇듯 애교도 더 많고
더 어린것 같은 느낌.
큰 아이 5살에 작은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때 큰 아이는 너무나 의젓했고
작은 아이는 같은 5살이 되어도 너무나 어렸다. 이 녀석 사람 구실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첫째 때 고생해서 둘째는 바로 제왕절개를 했더니(남편의 간곡한 바람)
깨어났는데 나의 아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도 아이를 안고 부비부비도 해보고 아, 내 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수유를 하고. 첫 아이를 자연 분만해서 인지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은 정말 달라고 너무~~ 다르다. 해당 병원 몇 십년동안 자연분만 후 제왕절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그래도 몸이 덜 아팠기에 둘째를 좀 더 안아줄 수 있었고
좀 더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에 감사한다.
얘는 남자아이인데 왜 이리 귀여운지. 뽀얀 피부에 긴 속눈썹. 보는 사람마다 딸이냐고 물었으니 그저 사랑받은 아이. 공부를 못하면 어떠랴. 더 잘 먹고 튼튼하기만을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