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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an 17. 2024

무던한 너를 보면 자꾸 눈물이 나

정반대인 너희 덕분에...

 나는 눈물이 참 많다. 나의 눈물은 슬프거나 짜증 나거나 미안한 마음에도 참지 못하고 흐르지만, 특히 마음이 뭉클하는 감동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참지 못하고 마구 흘러내린다. 어른이 되고도 나는, 지인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가서도 낳아주신 부모님께 인사만 하면 눈물을 흘리고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도 눈이 뻘개질 정도로 눈물이 난다.

 

 최근 금쪽이를 보면서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나의 눈물 포인트는 그 아이들도 자기가 부모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고, 더 큰 눈물 포인트는 금쪽이의 형제자매가 감당해야 하는 아픔들이다. 똑같이 관심받고 투정 부리고 싶은 나이에 더 관심을 주어야 하는 언니, 오빠, 동생이 있기에 감내하고 참고 감싸고 토닥이는 모습을 보면 그 작은 어깨에 놓인 무게가 너무나도 안쓰러 눈물이 찔찔 아니 꺼억꺼억 난다.




 이전에 예민한 첫째와 무던한 둘째의 이야기를 글에 썼던 적이 있다. 나는 딸 둘이 있으니 나의 세상에서 비교 대상은 늘 그 둘이다. 그 둘은 어찌나 다른지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좋아하는 색깔도 다르고, 좋아하는 장난감도 다르고 좋아하는 과목도 다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픔을 느끼는 정도도 다른 것 같다.


 사람들에게 같은 크기의 신체적 자극이 가해졌을 때 그것을 느끼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고 한다. 같은 자극에도 어떤 사람은 8의 고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2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이 사실이 나는 너무 신기했다. 약하고 잘 아팠던 내가 작은 자극에도 못 견디게 힘들었기 때문에… 약을 달고 살았고 그래서 더 약한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첫째 딸아이는 아주 많이 닮았다. 약하기도 하지만 더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못 견뎌했다. 아프면 다 나을 때까지 먹지 않았고 그러니 열도 내리지 않았고 아픔을 이겨내기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과 정성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곁에 두어 지치고 힘들었지만 자연스레 그런 아이였기에 항상 시선이 갔고 관심을 두었고 지극정성 보살폈다.


 둘째는 그야말로 정반대였다. 똑같이 감기에 걸리고 독감에 걸려도 항상 무던한 아이였다. 열이 좀 오르면 누워있다가 내릴 때가 되면 다시 잘 놀고 밥도 잘 먹었다. 늘 그렇게 잘 이겨내는 아이였기에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시선을 덜 주었고 미안했지만 관심을 덜 두게 되었다. 변명을 하자면 무던한 둘째가 늘 잘 이겨낼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어젯밤에 갑자기 40도까지 열이 오르던 둘째 아이는 오전에 병원을 다녀와 약을 먹고 좀 살아나더니 밥도 잘 먹고 괜찮아진 것 같다고 한다. 힘들 것 같은데 힘들지 않다고 하는 아이를 보면 다행스러우면서도 안쓰럽다. 언니를 따라 태권도 학원에 가겠단다. 쉬라고해도 간다니 말리지 않고 보내고 나서 눈물이 또 쏟아져버렸다. 아프면 투정 부리고 떼쓰고 어리광 피워야 오히려 마음이 편한 아이러니한 엄마의 마음에는 무던한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십분 헤아리기 어렵다. 같은 일을 겪고 있음에도 같은 병에 걸렸음에도 그것을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체적 아픔도 그러하고 정신적 아픔과 마음의 아픔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짐작하여 위로를 건네는 일은, 짐작하여 괜찮을 거란 말은 그 사람을 더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무던한 둘째 아이가 몸의 아픔을 이겨내 듯 마음의 아픔을 잘 이겨내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소망하고, 예민한 첫째 아이가 힘들게 몸의 아픔을 이겨내며 면역력을 쌓아가 듯 세상의 아픔에도 면역력이 생겨 좀 더 단단하게 자라나기를 역시나 소망한다. 타인의 괜찮을 거라는 위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에게 나의 마음과 사랑이 골고루 듬뿍 가닿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기특해서 이리 눈물이 나다니... 부끄럽군...

그냥 학원 가서 자유시간이라 너무 좋아서 우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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