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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Feb 21. 2022

탕진잼 그리고 코로나

휴직 중 아빠와 방학 중 딸 - 44, 45일째

- 44일째 - < 탕진잼 >


3일 전쯤 연말정산 환급금이라는 명칭으로 수십만 원이 통장에 입금이 되었다. 2021년도는 1,2월만 직장에 다니고 3월부터 휴직을 했기에 환급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들어온 돈은 통장에 고이 놔두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원래는 복직 전에 시골 엄마 집을 갔다 오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엄마가 전화가 왔다. 콧물도 좀 나고 감기 기운이 있으니 오지 말라는 전화였다. 그래서 약이랑 드셨냐고 물어보니 약국 가서 약도 사고, 체온계와 코로나 진단키트까지 사 와서 직접 검사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음성으로 나와서 약 먹고 쉬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계획이 차질이 생기고 시간이 남게 되니 아내가 "그럼 오늘 아웃렛 가서 출근할 때 입을 옷 좀 사러 갈까?"라고 묻길래 생각해보니 휴직하고는 트레이닝복 1세트를 사서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기에 1년간 옷을 한 번도 사지 않고, 기존에 입던 옷들도 거의 사용을 안 했었다.

우선 집에 있는 옷들부터 정리해보고 나가자고 했다. 그때부터 옷장을 다 뒤집에 옷을 입어 보고 버릴 것들과 세탁할 것들을 나누었더니 버릴 것들이 큰 비닐로 3개 정도의 양이 나왔다.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옷들이 옷장 안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는데도 한 번도 정리하지 않았음에 놀랐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옷을 사러 나갔다. 출근하기 위해 많은 옷들과 신발 그리고 옆에서 자기 옷도 사달라며 떼쓰는 딸아이의 옷을 사고 2시간 가까운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다음 갈 곳은 커튼을 사기 위해 모던하우스로 갔다 거기에서는 커튼을 사고, 옷을 사주지 않아 삐져있는 막내의 장난감을 사고 밖으로 나와서 이번에는 신선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갔다. 그렇게 식사까지 하고 나니 집에서 출발해서 밖으로 나온 지 6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오늘 사용한 금액을 확인해보니 연말정산으로 들어온 환급금에서 2천 원을 더 사용한 금액이었다.

"자기야. 어떻게 계산도 안 하고 썼는데 들어온 돈만큼 나가지?"

"그러게 엄청 신기하네. 꼭 돈이 들어오면 나갈 일이 생기더라고"

그렇게 오랜만에 쇼핑으로 들어온 돈을 모두 탕진한 하루였다. 피곤은 했지만 돈은 역시 쓰는 재미가 쏠쏠하니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많이 벌어 팍팍 쓰며 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 45일째 - < 엄마의 코로나 > 


어제 몸이 좋지 않아 약을 먹고 쉬고 있다는 엄마에게 아이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전화를 했다.

"엄마, 몸은 괜찮아?"

"큰일 났다"

"왜? 많이 안 좋아"

"동네에 할머니들 몇 분이 수요일 같이 식사를 했는데 거기에서 다 코로나에 걸렸단다. 근데 그중 할머니 한 분을 엄마가 다음날 차에 태우고 교회에 같이 갔거든. 근데 그 앞집 할머니도 어제 확진 판정받고 약 먹고 집에서 치료 중 이래. 그래서 어제 직접 키트로 했을 땐 음성이었어도 혹시 몰라 보건소 가서 검사를 했는데 아침에 온 문자에 재검사 중이라고 더 기다려달라고 연락이 왔어야"

"동네에 몇 분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거야?"

"응. 5명 정도 지금 확진받았다는데. 동네에 사람도 몇 명 없는데 어쩐데 엄마도 걱정돼야"

"아직 검사 결과 안 왔으니깐 기다려 보게"

"그래야지"

"결과 나오면 연락 줘"


그렇게 3시간 안에 다시 연락 준다고 했으나 5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어떻게 됐어?"

"이제 막 연락 왔는데 괜찮다고 하네. 3차까지 주사 맞았는데도 화요일 0시까지 격리하라고 하네"

"휴~~. 그래도 잘됐네. 어차피 몸 안 좋으니깐 어디 나가지 말고, 동네분들 재검사받아서 음성 나올 때까지는 웬만하면 동네 돌아다니지 말고"

"그려. 재검사한다는 문자 받고 너무 신경 썼더니 머리도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


갈수록 코로나가 너무 커져가고 있다. 시골집에 혼자 계신 엄마를 보고 싶어도 쉽게 보러 갈 수가 없게 되어버린 이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 엄마가 확진이 되지 않았음에는 정말 감사하지만 언제까지 가족들끼리 만나는 것도 이렇게 조심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엄마도 걱정되고 우리 스스로도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 오늘만큼은 4식구 모두 집안에서만 뒹굴거리며 보냈다. 이젠 아이들보다 어른들인 아내와 내가 더 답답함을 느낀다.


빨리 코로나가 종료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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