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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Feb 20. 2022

방 좀 치워라! 이게 치운 거야?

휴직 중 아빠와 방학 중 딸 - 42,43일째

- 42일째 - < 방좀 치워라! 이게 치운 거야? >


"딸, 방바닥에 옷 좀 던져 놓지 마"

"알았어"

"알았으면 니 방에 던져 놓은 옷 좀 치워라"

"알았다고"

(잠시 후)

"야. 이게 치운 거야?"

"치웠잖아. 왜?"

"방바닥에 던져 놓은 옷을 침대 위에 다시 던져 놓은 게 치운 거냐?"

"청소기 돌린다며? 그럼 방바닥만 치우면 되잖아?"

"............"

아이가 방학을 하니 청소를 해도 금세 언제 청소했냐는 듯 다시 더러워진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씩은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하고, 직접 청소하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그래봤자 그때 뿐이지만 말이다.


나도 어렸을 땐 당연히 엄마가 청소해주는 거라 생각하고 살았었고, 결혼하고도 휴직 전까지는 아내가 대부분의 집안일을 전담했기에 청소의 힘듬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청소라는 일은 전혀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아이들이 없을 때는 오전에 청소를 하고 깨끗해진 집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지만 주말이나 방학 중에는 청소를 함과 동시에 다시 바닥에 무언가가 내려져 있고, 뒹굴고 있으며 청소에 들어갔던 나의 노동력이 한없이 아까워진다. 그렇다고 청소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 보아야만 힘듬과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이론으로만 아는 거,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보고 그럴 것이다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실제 경험해 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10%로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집안일은 하면 할수록 힘들고 어렵다고 느낀다.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반성한다. 복직을 하더라도 내가 할 일은 제대로 내가 해내야겠다. 나의 일을 아내에게 미루고 살지 말아야겠다.

"딸, 너도 네가 할 일은 네가 직접 해야 하지 않겠니?"


- 43일째 - < 식당 상품권에 당첨되다 >


지난달 딸과 운동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부대찌개였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있었는데 응모권이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이런 곳에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적어야 하는 거에 거리낌이 있어서 그냥 본체만체하고 있었는데, 딸이

"아빠, 빨리 이거 써서 응모해"

"안 하려고 하는데"

"왜 안해. 빨리 써"

"알겠어"라고 말하고, 응모권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응모함에 넣고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며칠 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문자가 왔다. 고객님의 식사 응모권이 당첨되었다는 문자였다. 깜짝 놀랐다. 그걸 딸에게 보여주니 딸은 너무 신나 했다.

"거봐!! 내가 응모하라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주차를 하자마자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엄마! 저번에 아빠랑 부대찌개 먹은데에서 행운권 응모했는데 당첨됐데. 아빠는 안 한다고 했는데 내가 하라고 했거든 근데 됐어. 대박!!!"


금액이 크거나 고급 식당의 식사권이 당첨된 건 아니다. 부대찌개 1인분인 9천 원짜리 식사권이었다. 하지만 금액을 떠나서 행복했다. 당첨되었다는 사실보다 딸이 온 방을 신나게 뛰어다닐 정도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에 더 기분이 좋았다.


우리 가족은 자주는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당첨 행운이 있는 편이긴 하다. 휴직 기간에도 이런 행운들이 몇 번 있긴 했다. 지자체에서 발행한 잡지의 퀴즈를 풀어 상품권을 받는 다는지, 소감문을 보냈는데 이 글이 다음회차 잡지에 실린 적도 있고(이때에도 온누리상품권을 받았음), 가구 박람회장을 구경 갔다가 행운권 추첨을 했는데 스팀다리미를 받아온 적도 있다. 또, 지난달에는 군에서 설문조사에 응해주신 분들 중 일부를 추첨하여 편의점 상품권을 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나는 2만 원 편의점 상품권에 아내는 3만 원 편의점 상품권에 당첨되기도 했다.


간간히 살면서 찾아오는 이런 소소한 행운들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을 혼자가 아닌 가족 모두와 함께 누리기에 기쁨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이번에 당첨된 부대찌개 1인 식사권은 오늘 막내가 유치원을 가지 않게 되어 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계산을 할 때 당첨 문자를 보여 주었더니, 당첨자 장부에 적시된 내 이름 옆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서명을 하고 1인분의 값을 할인받아 싸고 맛있고 기쁘게 밥을 먹고 나올 수 있었다.

"딸, 고마워. 이번 당첨의 행운은 모두 네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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