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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Feb 23. 2022

누나 놀아줘! 놀아 주라고~

휴직 중 아빠와 방학 중 딸 - 46, 47일째

- 46일째 - < 누나 놀아줘! >


예전에 운전 중 라디오를 듣고 가는데 사회자가 "형제, 자매, 남매에 대한 선호도 조사가 있었는데 이 결과 중 가장 좋은 관계로 자매를 뽑았고,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는 남매 중에서도 누나와 남동생인 경우로 나왔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2살 터울의 형이 한 명 있고, 아내는 두 살 아래의 여동생이 있고, 나의 큰아이는 딸이고 막내는 아들이며 6살 차이가 난다. 우연하게도 형제, 자매, 남매들의 관계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다.


우선 나와 형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살갑게 친하지도 않다. 아주 어렸을 땐 자주 싸우기도 했지만 어른이 된 이후엔 싸우거나 한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렇지만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엔 연락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로를 생각하지 않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무소식의 희소식이라 생각할 뿐이다. 그래도 집안에 일이 있을 때는 자주 만나고 만나면 어색하지 않게 잘 먹고 잘 논다. 


하지만 아내와 처제의 관계는 우리 형제와 너무도 다르다. 아내의 어린 시절 처제와의 관계까지는 내가 알 수 없으나 결혼 이후 둘의 관계를 보면 참 친하다. 자매보다는 친구 같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수시로 카톡을 보내고,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한다. 목적이 있어서 연락을 할 때에도 목적 외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나는 형과 30초 이상 통화를 한 적이 없는데 아내는 최소 10분 이상이다. 대화를 하면 할 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지나 보다.


그리고 설문조사에서 가장 선호하지 않는 가족관계로 나온 누나와 남동생. 우리 집 아이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6살 차이이다 보니 누나가 동생을 보살펴 주는 관계이다 보니 방송에서 말한 현실 남매와는 좀 차이가 있다. 누나 입장에서는 흔히들 말하는 현실 남매 관계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되는 건데, 기저귀도 갈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밥도 먹여주고 그러다 보니 부모가 혼내 듯이 혼내고, 유치원 선생님이 가르치듯 가르치며, 노는 것도 같이 논다기보다는 놀아주는 거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인다.


동생 입장에서는 그냥 편하고 자기랑 잘 놀아주고 하기에 누나에게 어리광을 많이 부린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붙잡고 놀아달라고만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거실에 있는 누나 옆에만 딱 붙어서 

"누나, 나랑 놀아 줄 거지? 조금 있다 놀아 준다고 했잖아? 뭐하고 놀까? 병원놀이할까?"라며 두 눈을 고양이처럼 뜨고 누나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 47일째 - < 학습지 다 풀었다 >


30일 완성 학습지를 방학 시작과 동시에 구입했었다. 과목은 수학과 국어 두 과목. 방학 시작 47일째인 오늘 아침 딸이 드디어 학습지를 다 풀었다.

"아빠, 학습지 다 풀었다"

"고생했어"

처음 계획은 1월 달에 한 권을 풀고 2월에 또 한 권을 풀게 만드려고 하였는데, 계획대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한 권이라도 다 푼 게 어딘가 싶어 대견하기도 하다. 정말 하기 싫었을 텐데.


지금 돌이켜 보면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매달 돈을 내고 학습지를 우편으로 받아 풀게 했던 것 같다. 처음엔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막연히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달 후에 보면 문제를 풀어서 완료한 학습지는 거의 없고 비닐조차 뜯지 않은 학습지가 한 박스씩 쌓였었다.


그리고 그 상자 더미를 들킨 순간 꽤나 많이 혼났지만, 그래도 풀지 않고 계속 쌓이다 보니 결국 학습지를 취소했었다. 그랬으면서도 또 학년이 올라가면 학습지를 신청했고, 나는 풀지 않았고, 학습지는 쌓였고, 또 혼났고, 취소했고, 또 신청하는 흐름이 몇 년 동안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랬던 나였기에 딸에게 문제지를 풀지 않는 다고 다그치기도 하였으나 한 권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풀어낸 것에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우리 딸, 놀고 싶은 것도 참아가면서 공부하느라 고생했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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