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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Feb 27. 2022

아내 빼고 아이들과 캠핑을 가다

휴직 중 아빠와 방학 중 딸 - 48,49,50일째 

여행 가기 전날 - 48일째


"아빠, 나 차에서 자고 싶어"

"무슨 차?"

"차에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는 캠핑다니는 차"

"캠핑카에서 자고 싶다고?"

"응"

"그래. 방학 끝나기 전에 한번 가자"

"앗싸~~"


그렇게 아이들 방학 중에 캠핑을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코로나 핑계로 미루다 미루다 보니 이젠 정말 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2월의 마지막 주 목금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애들아, 우리 이번 주에 캠핑 가자?"

"진짜! 어디로?"

"캠핑카를 렌트해서 가는 건 좀 어렵고, 무주에 있는 카라반으로 가려고 하는데?"

"카라반이 뭐야?"라고 막둥이가 물었다. "네가 가고 싶었던 캠핑카 하고 비슷한데 운전하는데만 없고 다 똑같아. 괜찮지?"

"응. 너무 좋아"

"근데, 엄마는 일해야 하니깐 못 가고. 아빠랑 니들만 갈 거야"

"응. 괜찮아"


그렇게 엄마를 제외한 우리 3명은 여행을 가기로 했고, 여행 가서 뭘 먹을 지에 대해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토론 끝에 우리는 최소한의 것만 장을 보고 여행지에 가서 사 먹거나 배달시켜 먹기로 했다. 거의 내가 그렇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도 캠핑 가서 편하게 지내고 싶기에 요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최고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메뉴를 사 먹기로 했다.

집에서 챙겨서 가지고 간 음식은 김치하나 뿐이다. 마트에서 미리 장을 보기도 했다. 여행지에서는 사 먹기로 결정은 했으나 혹시라도 아이들이 고기를 먹고 싶어 할 까 봐 고기 조금과 상추, 파채, 햇반, 음료수, 컵라면을 딸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사 가지고 왔다.


그렇게 사 온 음식들과 옷과 세면도구들을 챙기고 있는데 막내가 옆으로 와서 

"아빠, 내일 캠핑카 가니까 너무 좋다"

"좋아?"

"응. 너무 신나. 빨리 가고 싶어"


아이들이 너무 기대하니깐 조금의 부담감도 느껴지긴 했으나 좋아하는 얼굴을 보니 늦었지만 이제라도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도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일 여행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오자"



1박 2일 카라반 여행 - 49, 50일째


여행지로 선택한 무주구천동이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다.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입실 시간인 3시까지 근처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오전엔 평상시대로 아이들과 운동을 하러 클라이밍장에 갔다.


그렇게 1시간 넘게 운동을 하고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은 후에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무주로 출발했다.

"엄마. 우리 갔다 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빠빠이"

"응. 잘 갔다 와 우리 아기들"


우리는 무주로 출발했다.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아이들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떠들었다. 평소 같으면 조용히 하고 가자라고 할 텐데 오늘만큼은 아이들 기분에 최대한 맞춰주기로 했기에, 같이 떠들고 반응해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오늘 밤 묶게 될 카라반을 본 순간 아이들은 "와~~!"라는 탄성을 질러 됐다. 사장님께 카라반 키를 받고 사용법을 전달받은 후에 카라반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환호성은 방금 보다 10배는 더 커졌다.

"아빠, 여기 너무 좋다"

"누나, 여기 2층 침대 있어. 와~~~"

"아빠, 침대에서 뛰어도 돼"


난 카라반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소리치는 걸 보니 쓸데없는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카라반 안에서만 1박 2일을 보낼 수는 없기에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 걸어 보기로 했다.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을 걸으며 저녁에 시켜먹을 메뉴를 결정했고, 등산로를 걸을 때에는 정확히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걷는 왕복 1시간여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힘이 빠질 때까지 웃고 카라반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내가 결정한 저녁 메뉴인 치킨을 주문했다. 오랜 회의 끝에 정해진 식사 메뉴이다. 당일 저녁은 치킨, 컵라면, 햇반에 집에서 가져온 김치.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편의점표 전복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으로 정했다.


메뉴를 이렇게 정했더니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는 음식들인 데다가 야외에서 먹으니 더욱더 좋아했고, 여행지에서까지 손에 물을 묻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나에게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너무도 맛있게 치킨과 컵라면과 밥을 먹었다. 그리고 모두 씻은 후 아이들이 보고 싶다던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영화를 본 이후에는 카라 반안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씨름도 하고 가지고 간 장난감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밖으로 나가서 별도 보았다.


잠이 올 때까지 놀라고 했는데 밤 10시가 넘어가자 체력적으로 힘들었던지 아이들이 졸리다고 했다. 원래 아이들은 2층 침대에서 자고 난 따로 있는 2인용 침대에서 혼자 자는 걸로 정했었는데, 아이들이 내 품에서 놀다 보니 2인용 침대에서 3명이 모두 함께 잤다. 나만 좁아서 자주 깨긴 했지만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듬과 피곤함을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다음날 조금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깨우지 않고 푹 자게 두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난 아이들과 아침에 먹기로 했었던 편의점용 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워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죽의 양이 부족했던지 어제 먹고 남았던 치킨까지 데워서 다 먹어 치웠다.

퇴실시간인 11시 5분 전까지 카라반안에서 놀다가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집으로 바로 가지말고 전주 한옥마을 가서 닭꼬치랑 사먹고 놀다가 갈까?"

"진짜. 완전 좋지"


그렇게 우린 1차 여행을 마치고 2차 여행을 위해 전주 한옥마을로 향했다. 한옥마을에서 수 많은 뽑기를 하고, 닭꼬치와 슬러시도 사먹고, 한참을 구경하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1박2일의 모든 여행이 끝이 났다.


아이들과 1박 2일로 엄마를 빼고 여행을 간 건 처음이었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고, 일하는 아내에게 미안함도 있었지만 갔다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평생 간직할 웃음 가득한 추억이 될 여행이었다.


복직하게 되면 이런 여행을 간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1년에 한 번이라도 꼭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대끼며 보낼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고 시행해보려고 한다. 


국민학교 때 썼던 일기장의 마지막 줄처럼 이번 여행의 기록을 남기려 한다.

'아이들과 여행을 갔다. 차처럼 생긴 집에서 잤다. 많이 웃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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