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16개 플렉스
5.4일 저녁 어린이날 겸 어버이날을 보내기 위해 형네 식구들과 엄마가 있는 본가에서 만나기로 했다. 퇴근 후 출발하니 저녁 8시가 넘는 시간에 도착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적당한 수다를 좀 떨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빠 산소에 형과 각각 풀약 통을 짊어지고 올라가 풀도 뽑고, 잔디가 뽑힌 부분엔 잔디도 좀 심고, 산소 주위에 풀약을 치고 내려왔다. 그리고 이제 엄마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할 만한 식당을 골라 사전 예약을 해놓고 40분을 달려 식당에 도착했다.
100% 사전예약으로만 손님을 받는 바닷가 쪽의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개업한 지 12년이 넘은 곳인데 우리 가족은 모두 처음이었다. 음식도 분위기도 모두 좋았다. 1시간여 동안 밥을 먹고 이제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로 이동하려고 하는 찰나 지인에게 카톡이 왔다.
"혹시 포켓몬빵 필요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며칠 전 우리 집에서 친구들 모임을 할 때 가볍게 애들이 너무 먹고 싶어 하는데 이쪽에서는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했다.
"애들이 엄청 먹고 싶어 하지? 구할 수 있어?"
"응. 지금 구해놨는데 어떻게 어머님 집으로 보내 놓을 테니 가지고 갈래?"
"나 지금 내려왔어. 너네 회사 근처에 밥 먹으러 왔는데"
"그래. 그럼 이리 와서 가져가"
그렇게 전화를 끊자마자 우리 아이들과 조카까지 모두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카페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러 찾아 가려하였으나 애들이 너무도 기대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형이 엄마와 아이들 데리고 먼저 카페에 가 있으면, 나와 아내가 빵을 찾아서 오기로 했다.
그렇게 15분여를 달려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친구를 만났고 만난 순간 그가 건네준 종이팩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포켓몬빵이 자그마치 16개가 들어있었다.
"야. 너무 고맙다. 애들이 지금 난리가 났다."
"다행이네. 얼른 애들 갔다 줘"
"그려.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 땡큐"
그렇게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포켓몬빵을 친구의 도움으로 한 번에 16개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애들이 평소에도 먹고 싶어 했었고 동네 편의점에 몇 번 가보기 했었지만 단 한 번도 실물을 구경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인터넷 몰에서 하루에 1,000개씩 판다고 하기에 일주일 넘게 도전해 봤지만 그것도 전부 실패했었다.
그런데 어린이날 한 개도 아닌 16개를 구할 수 있게 되니 아빠로서의 위신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있는 카페에 주차를 하자마자 아이들이 소리치며 뛰어왔다. 그리고 내가 건네 준 종이봉투에 들어있는 포켓몬빵을 그 어떤 선물이나 용돈보다도 더 좋아했고 행복해했고 신나 했다.
"아빠, 나 이거 얼른 사진 찍어서 친구들에게 자랑해도 돼?"
"당연하지. 얼른해"
"앗싸~ 너무 좋다"
처음 실물을 영접하고 맛보게 된 포켓몬빵에 대한 감상은 '엄청 맛있다. 또 사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솔직히 그저 그런 정도였다. 아이들도 빵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띠부씰(띠 부라는 말이 떼였다 붙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에만 모든 관심이 있었다.
가로세로 3cm 정도밖에 안 되는 스티커를 위해 밤새 마트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매일 새벽 15군데가 넘는 편의점을 돌아다닌다는 기사를 보며 '굳이 저렇게 까지 하면서 구입할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빵을 구해왔을 때 아이들이 소리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진즉 한 번쯤은 줄을 서서라도 구해왔어야 했었나라는 후회도 했다.(그냥 후회만 했다. 내 성격상 빵 하나 사려고 몇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생각은 했다. 세상 사는 거 참 알 수 없고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인공지능이 판치는 2022년도에 사람들이 미슐랭 셰프가 만든 것도 아닌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마트 빵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게 그냥 재미있고 웃겼다.
몇 년 전엔 허니버터 칩 그리고 지금의 포켓몬빵 다음엔 또 뭐가 나올지 기대도 된다.
암튼, 이번 어린이날 선물은 포켓몬빵으로 FLEX 했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