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아빠, 살림하는 남편

- 도와주는 것과 같이 한다는 건 전혀 다르다 -

by 장수생

"엄마가 해준 거 먹고 싶어. 엄마가 밥 해주면 안 돼?". 육아휴직으로 인해 가정주부 생활을 맡게 되며, 가족들 삼시 세 끼를 책임진 지 삼 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막둥이 아들놈은 하루 한 번씩 이런 말을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내놓은 당사자로서는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막둥이의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지금 나의 요리가 엄마가 해준 요리보다 맛이 없기 때문인 것이 첫 번째이고, 지금까지 본인이 태어나서 현재까지 5년간 접해보지 못했던 상황을 보게 되니 이상하다고 느껴졌음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나는 결혼 생활 12년 동안 너무도 편하게 밥을 얻어먹었었다. 와이프도 똑같이 일을 함에도 재택근무인지라 가정일을 도맡아서 해오고 있었다. 나는 이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밥을 먹을 때 이건 좀 짜다는 둥, 싱겁다는 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와이프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나름 성숙된 의식을 가진고 사는 사람인양 살았었다. 주말이나 와이프가 미친 듯이 바쁜 날 간간히 밥 한 끼를 차리고선 나 같은 남편 없다며, 세상 가정적인 아빠인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왔었다. 지금은 이 모든 말과 행동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 도와주는 것과 같이하는 건 전혀 다르다 -


'집안일은 아내만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 스스로는 꽤나 많이 집안일을 분담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살림을 전담해보니 나는 그냥 조금씩 도와주는 수준이었을 뿐 전담해서 '같이'한 건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도와주는 건 쉽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거니깐. 하지만 전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와주는 것과 전담한다는 건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기에 서로가 느끼는 부담감의 무게가 상당히 차이가 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썰고 다듬고 간을 해서 국을 한번 끓이는 것은 도와주는 것이다. 전담한다는 건 무엇을 먹을지 결정해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해서 가족들이 모두 먹을 수 있게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요리하기 전에 깔끔함을 다시 만들어 놓는 것 까지가 한 끼 식사를 전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세 번 해야만 하루 세끼를 전담한 것이 되고, 100번 가까이해야 한 달을 전담했다고 하고, 1,000번을 넘게 해야 일 년 동안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져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한 가지를 며 칠 정도 한 거 가지고 가정적인 사람인양 난 척하고 다니는 건 창피한 일이다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람은 역시 직접 경험을 해보아야만 진실을 알 수 있다. 바닷물에 발 한번 살짝 담그고 뺀 정도로 먼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한 것처럼 말하고 다닐 순 없는 거 아닌가. 집안일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가 아닌 연속으로 몇 달 또는 몇 년을 오로지 혼자 해본 이후에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다. 그 전까진 어디 가서 본인은 가정적이 다라느니 이런 남편 없다느니 같은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게 부끄러움을 사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나 또한 육아휴직으로 1년여 가까운 시간은 가정일을 전담하게 되겠지만, 12년을 해온 와이프에게는 언제나 조족지혈일 뿐이다. 그렇기에 항상 고마움과 감사함 그리고 미안함을 가지고 남은 인생은 뭐든 '도와'준다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겠다.


- 옆집 아저씨에게 -

적성에 맞지 않는 다거나 소질이 없어서 못해라는 말은 집안일에서는 하시면 안됩니다. 어떻게든 다 하실 수 있습니다. 반드시 내가 해야된다라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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