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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Jun 18. 2021

아이가 아플 때 아빠의 올바른 태도는?


아이가 아프다. 예고도 없이. 유치원 잘 갔다 와서 피곤하다고 하더니 바로 잠이 든다. 혹시나 해서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예전 같으면 감기나 장염 정도일 거라 생각하는데, 요즘은 혹시나 코로나와 연관이 있나라는 불길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골의 작은 동네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었고, 애기 엄마와 나도 1차 백신 접종은 마친 상태라 크게 걱정이 없었는데 아이가 열이 나니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것도 부정적인 생각만.


휴직 전엔 아기가 아파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기에 모든 상황을 재택근무 중인 와이프에게 넘겼었다. 걱정은 되지만 바쁘게 일할 때는 종종 아이가 아프다는 생각을 잊고 일상을 보냈었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는 어느 정도 회복해 있었다. 그랬기에 열이 조금 나거나 기침을 하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이 집에서 하루 쉬면 모든 상황이 저절로 해결되는 걸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는 지금은 하루 종일 아이가 아픈 걸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뭐라도 먹여보려고 옆에 붙어서 이것저것 입에 넣어 주기도 하고, 체온계를 옆에 두고 수시로 열을 재봐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단순 열감기였는지 병원도 가지 않고 해열제만 한번 먹고 하루 집에서 쉬었더니 열도 내리고 컨디션도 회복은 되었다.


그랬지만 아이가 아플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없었다. 그랬기에 불안하고 아이한테 미안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와이프도 이랬겠구나. 일은 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프니 옆에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미안한 마음에 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아이한테 모든 신경을 두고 일까지 해야 했겠구나. 정말 힘들었겠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었다. 퇴근하고 오면 아이가 괜찮아졌기에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시간 동안 있었던 것들에 대하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휴직이 끝나고도 아이는 감기에 걸리 수도 있고 열이 오르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게 집에서 아이와 더 가깝게 지냈던 사람의 책임은 아니다. 솔직히 아이가 아픈 이유는 만 가지가 넘는다. 부모 누군가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왜 집에서 아이와 더 오래 있었던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넘겼을까? 오히려 더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며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엄마였을 텐데. 그렇다면 아이가 아플 때의 누군가의 책임이 필요하다면 그건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 밖에서 일을 하기에 아이와 시간을 덜 보내는 내가 더욱 큰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


대부분 사람들은 밖에서 일하는 것과 집에서 일하는 것에 상당히 많은 차이를 둔다. 다른 일을 하는 거지 일이 많고 적고, 또는 어렵고 쉽고도 나눌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밖에서 일을 하는 것에 더욱 큰 가치를 두고 생각하며 말한다. 모든 분란은 그 생각에서 오는 것 같다. 우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집에서 일하는 게 집에서 노는 건 아니다. 나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동등한 선상에서 나와 배우자를 두고 생각해야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아이가 아프거나 하는 상황에 누구는 한 발 물러서 바라보며 입으로만 걱정을 표현하고, 누군 땀도 닦아주고, 약도 먹이고, 옆에 누워서 손을 꼭 잡고 달래줘야 하는 게 아니다. 같이 해야 한다. 오히려 아이들을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이 그럴 땐 아픈 아이를 위해 더 많이 신경 쓰고 움직여야 한다. 저녁에 병원 한번 데리고 갔다 왔다거나, 약국에서 약한 봉지 사 온 걸로 '나도 최선을 다했어. 여기서 뭘 더해야 되냐'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옆에서 긴장하고 같이 땀 흘리며 있었던 아내에게 더욱 따뜻하게 '밤에는 내가 아이 옆에 있을 테니 긴장 풀고 옆방에서 쉬어도 돼. 이제부턴 내가 볼게. 걱정하지 말고. 하루 종일 너무 고생했어'라는 말 한마디 해주며 말이 아닌 몸으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아이가 아플 때 가져야 하는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 옆집 아저씨에게 -

아이가 아파 하루 종일 간호한 사람이 아내라면, 그날 밤 간호는 남편이 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힘들었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이 아픈 걸 하루 종일 바라만 봐야 했던 아내보다 더 힘든 일이 있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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